서울대, 입시 비리 조민 입학 취소 처분 '아직' … 장학금 802만원 회수도 불발당사자 학력조회 동의에 '발목' … 고려대 "서울대가 동의 받아와야 조회 가능"숙명여대, 김여사 석사학위 취소 촉구 봇물에 소급적용 위한 학칙 변경 착수국민대 "숙대 취소시 박사학위 취소 심의" … 조민처럼 동의절차 밟을 땐 답보 불가피국힘 서지영 의원, 당사자 동의 없어도 입학·학위 취소토록 고등교육법 개정 발의 예정
  •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뉴데일리DB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뉴데일리DB
    윤석열 전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학위 취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박사학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포인트다.

    일각에선 절차상 이유를 들어 박사학위 취소까지 가기엔 과정이 녹록잖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전 대표 조국의 장녀 조민 씨의 서울대 입학 취소 처분 지연 사례도 있어 석사학위 논문 취소가 현실화할 경우 이를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숙명여자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12일 교육대학원이 제2차 교육대학원위원회를 열고 '학칙 제25조의2(학위수여의 취소)에 관한 부칙 적용례'를 신설하기로 했다. 해당 학칙은 부정한 방법으로 석사 등 학위를 받은 경우 대학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위 수여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해당 학칙은 김 여사가 학위를 받은 뒤인 2015년 6월 13일부터 시행토록 해 김 여사 학위 사안에 적용되지 않는다. 신설 부칙은 학칙 시행 전에 수여한 학위도 취소할 수 있게 소급적용하는 내용이 뼈대다.

    김 여사는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뒤늦게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10여 년 앞서 출판된 '20세기 미술사'와 내용이 흡사하고, 또 다른 번역서의 내용도 논문에 문단째 옮겨져 있는 데도 인용 표기나 참고문헌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진위)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3년 만인 지난 2월 25일 해당 논문이 표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이의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8일 표절 의혹을 제기한 숙명여대 민주동문회와 재학생 모임(설화)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시연 총장은 즉각 김건희의 석사 논문을 철회하고 학위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논문 표절 심사를 공약으로 낸 총장을 뽑았는데, 아직도 학교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는다"며 문 총장을 압박했다. 연진위는 제보자로부터 이의신청을 받으면 이를 60일 이내 처리해야 한다. 다만 본조사 결과 조처에 대한 기한은 정해진 바 없다.

    연진위는 오는 25일까지 학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규정·교무·대학평의원회 등의 심의 과정을 거쳐 확정되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재로는 연구비 지원 기관 통보, 학위논문 지도 및 심사 제한, 해당 논문의 철회나 수정 요구 등이 가능하다. 학칙이 개정된 상태에서 논문 철회가 결정되면 학위도 박탈된다. 일각에선 숙명여대가 사실상 논문 철회를 염두에 두고 학칙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 ▲ 숙명여대(왼쪽)와 국민대.ⓒ숙명여대·네이버 이미지 캡처
    ▲ 숙명여대(왼쪽)와 국민대.ⓒ숙명여대·네이버 이미지 캡처
    숙명여대가 김 여사의 학사논문을 취소하면 불똥은 국민대 박사학위로 튈 전망이다. 김 여사는 2008년 국민대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에는 아바타의 관상을 가지고 궁합 호감도를 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국민대는 2022년 8월에 "(일각에서 수준 미달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김건희 여사) 논문의 질 문제는 연구 부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이나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으나, 실무·실용·실증적 프로젝트에 비중을 둔 점과 연구의 핵심 부분은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재심사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대 대학원 학칙상 박사 과정에 입학하려면 석사학위 취득이나 동등 이상의 학력이 필수다. 따라서 김 여사의 석사학위가 취소될 경우 박사학위 수여 요건도 재심의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국민대는 지난 2월 "숙명여대가 석사학위를 취소한다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자격기준 상실에 해당한다. 김 여사의 박사학위 유지 여부에 대해 심의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절차는 먼저 박사 과정을 거친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운영위원회에서 심의안건을 발의한 후 의결되면 학내 전체 대학원을 관장하는 위원회의 안건 상정과 심의를 거쳐 박사학위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 ▲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는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의 딸 조민 씨.ⓒ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는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의 딸 조민 씨.ⓒ연합뉴스
    문제는 일련의 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국민대가 숙명여대로부터 박사학위 자격기준 상실에 관한 근거 자료를 공식 문서로 전달받아 확보하지 않고도 학위 취소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행정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당사자(김건희)의 동의 없이는 학력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내용을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미 대외적으로 공표돼 만인이 알고 있는 사안에 대해 굳이 대학 간 서류 확인이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민 씨의 서울대 환경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이 취소된 조씨는 아직 서울대로부터는 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을 받지 않았다. 서울대 관악회(총동창회 산하 장학재단)가 조씨의 대학원 입학을 전후해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한 장학금 802만 원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실과 과거 유홍림 서울대 총장의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발언에 따르면 조씨의 입학 취소를 위해선 당사자(조민)의 학력 조회 후 의견 청취와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장학금 회수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지난 2월에도 고려대에 조씨의 학부 학력 조회를 공문으로 요청했으나 조씨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태도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안이지만, 고려대로부터 학력 조회 확인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다며 폭탄을 고려대에 떠넘기는 뉘앙스로도 읽힌다.

    고려대는 원칙상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조민 건이 아니더라도 모든 학력 조회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이럴 경우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측에서 당사자 동의를 받아오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고려대 한 관계자는 "결혼이나 과외 등과 관련해 생각보다 학력 조회 문의가 꽤 많다"며 "어느 경우라도 조회를 요청하는 쪽에서 조회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온다. (학교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에 따라 서울대도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입학원서에 적힌 조씨의 이메일로 학력 조회 동의서를 발송했지만, 조씨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의원 홈페이지
    ▲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의원 홈페이지
    일각에선 같은 이유로 김 여사의 박사학위 자격기준 상실 확인과 학위 취소 결정 과정이 상당 기간 답보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사자가 개인정보 처리 절차에 동의하지 않아, 김 여사의 이의 제기 등 소명자료나 숙명여대의 석사학위 취소 결정에 관한 근거 자료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대가 언론보도 등을 이유로 삼아 박사학위 취소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는지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추후 석사학위가 취소될 경우 숙명여대와 함께 고려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서지영 의원실은 김 여사나 조씨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학위·입학 등의 부정·비리와 관련해 당사자 동의 없이도 대학이 독자적으로 취소 절차를 밟을 수 있게 이른바 '가짜 학위 방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고등교육법을 고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했거나 학위를 받은 경우 그리고 본인이 직접 요청할 경우에 당사자 동의 절차를 생략해도 학내 위원회에서 입학이나 학위를 취소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의원실 한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에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발적인 입학·학위 취소 요청에 대해선 "조민 동생 조원 씨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례를 참작했다"고 부연했다. 조원 씨는 2018년 1학기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석·박사통합 과정에 지원하면서 허위로 작성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명의의 법무법인 인턴 확인서·조지워싱턴대 장학 증명서를 제출한 혐의 등을 받았다. 검찰은 조원 씨의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는데 조씨가 연세대 석사 학위를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 연세대가 입학을 취소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상임고문 시절 가천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이 불거지자 2014년 학위 반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사위를 꾸려 검증에 나선 가천대는 2016년 12월 검증 시효 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논문이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교육부의 재검증 요구에 2022년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당시 가천대는 "표절 의심 문장 229개를 정성평가한 결과 표절률이 평균 4.02%(2.09~7.12%)로 파악됐다"면서 "현재 기준으로는 표절 논란 대상이 될 수도 있으나, 학위논문이 출판된 2005년은 교육부나 학계의 연구윤리지침 제정 이전이라 연구윤리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