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관세 50% 인상하며 관세 긴장감 고조 관세 정책 의지를 드러내며 다시 강공 모드로 선회 日, US스틸 인수 속도에 韓 철강 경쟁력 약화 우려美, 日 부각시켜 다른 국가에 투자 참여 압박 의도'맥시멈 프레셔' 전략 펼치는 만큼 향후 조정 가능성
  • ▲ 인천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전경. ⓒ연합뉴스
    ▲ 인천 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전경.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앞서 미국 법원이 상호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방침을 내세우며 관세 정책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간 소강 상태를 보였던 관세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향후 수출과 관세 협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웨스트 미플린의 US스틸 공장에서 열린 연설에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철강 산업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것이며 그 누구도 이를 우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설 직후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를 통해 "오는 4일부터 50% 관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웨스트 미플린의 US스틸 공장에서 연설을 통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철강 산업을 더욱 탄탄하게 보호할 것이며 그 누구도 우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설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오는 4일부터 관세율 50%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과 상호관세 협상을 앞두고 다시 관세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과의 관세 휴전으로 체면을 구긴 데다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며 관세 정책의 신뢰도까지 흔들리자,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유행어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비판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드러내며 다시 강공 모드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는 "북미 경제 안보에 반하는 조치"라며 "캐나다 산업과 노동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글로벌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하며 대서양 양측의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EU는 이번 미국 관세 인상에 대응해 추가적인 대응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직격했다. 호주 정부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의존하는 소비자와 기업에 피해만 주는 경제적 자해 행위"라고 반발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으로 한국 철강 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한국 전체 철강 수출액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에 달해, 이번 조치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업황은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5월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한 25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이 3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5월 대미 철강 수출은 20.6%나 급감했다. 

    이에 정부도 주미공관과 현지 진출 업체 등을 비롯한 모든 네트워크를 가동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 중이다. 업계는 정부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미 협의를 요청하고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등 민관 원팀 대응에 협조키로 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맞물린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기업 매각에 반대해 온 US스틸 노동자를 달래는 동시에, 2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일본을 부각시켜 다른 국가들에도 미국 투자 참여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해 왔지만, 최근에는 양측 협약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피츠버그 지역 고용 유지와 대규모 현지 투자 약속을 얻어내며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 일본제철의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라며 "결국 수출하지 말고 일본처럼 미국에 직접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메시지를 다른 국가들에게 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현대제철이 포스코와 공동으로 8조5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건설,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해당 제철소는 오는 2029년에야 완공될 예정이어서 당장의 대미 수출 타격을 상쇄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철강 관세가 미국 경제에도 미칠 부정적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지금으로선 예고했던대로 6월 4일부터 관세 인상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미국 내 철강 수요를 자국 생산만으로는 다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철강 가격이 오르고 미국 내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상황을 보며 일부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둘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전략적 투자 유치와 협상 우위 확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곽 교수는 "요즘 미국 언론에서는 치킨 게임에서 먼저 물러나는 쪽을 비꼬는 '타코(TACO)'라는 신조어가 돌고 있는데, 트럼프가 관세로 강하게 압박하다가 막상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쉽게 물러난다는 지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맥시멈 프레셔(최대 압박)' 전략을 통해 처음에는 강경한 요구를 내세운 뒤 양보를 이끌어내는 방식의 협상을 취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미국 산업 전반에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