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곤 판교BizPlus금융센터 부장, 하방 막힌 스팩 투자로 지지 않는 투자리스크 통제한 사모펀드 설정 투자로 6년간 77% 수익률 기록…절세는 덤관리 자산 4천억원 … 숫자로 입증하자 10년 이상 장기 고객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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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김재곤 NH투자증권 판교BizPlus금융센터 부장(사진)은 '공격을 위한 철저한 수비'를 강조하는 프라이빗뱅커(PB)다. 겉으론 조심스러워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언제든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수 있는 전략가다. 단 방향은 철저히 하방이 막힌 자산이다.
김재곤 부장은 '리스크를 통제한 확신'이야말로 자산관리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시장의 민감한 반등보다는 예측 가능한 흐름, 일시적 성과보다 구조적인 수익에 집중한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포트폴리오가 단순하고도 강력한 그의 투자 철학이다. 단단한 원칙 위에 세워진 설계는 결코 느슨하지 않다. 고객들에게 투자 자산의 위험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안전한 구조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집중하는 무기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다. 스팩은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법인이다.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모아 주식 시장에 미리 상장한 뒤 정해둔 기간안에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0년 우리금융그룹의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핵심 센터였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GS타워WMC센터에서 PB업을 시작한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는 선배들로부터 상품 설계 등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때 스팩 투자를 통한 자산관리 전략에 눈 떴다.
통상 스팩은 상장 당시 2000원에 공모가가 형성되고 3년 안에 다른 기업과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는다. 스팩이 어떤 기업에 합병되느냐에 따라 변동성이 있지만 김 부장은 투자 시기를 합병 이전까지로 잡아 리스크를 회피한다. 합병 전까지는 하방이 막혀 있는 금융상품이 바로 스팩이다. 합병 이후 잭팟을 기대하기 보단 확실한 수익률에 기대는 것이다. 여기에 투자의 안정성 만큼이나 세금 문제는 포트폴리오 구성에 주요한 이슈다. 스팩은 청산 시에 과세 대상이 돼 절세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김 부장의 설명이다.
최근엔 스팩과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 장기채 투자에도 베팅하고 있다. 디폴트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채를 매입하면 하방은 막혀 있고 금리 변동시 자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금리 불확실성은 있지만 오랫 동안 들고 갈 수 있는 성격의 자금이라면 포트폴리오의 비중의 10~30% 정도를 미국채로 채워간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30년물 미국채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하방이 막힌 방어력을 확보한 뒤에는 주저 없이 전진한다. '하방이 철저히 차단된 안전자산에 불도저처럼 투자한다'는 그의 전략은 말 그대로 지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과감한 전진은 신중한 수비에서 나온다.
신중한 포트폴리오지만 투자는 상당히 과감하다. '불도저형 투자자'라는 표현에 김 부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전제는 있다. 확신이 설 때만 전진한다는 것. 그게 없으면 김 부장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다.
거창한 잭팟 대신 버티는 자산에 기대는 것, 처음부터 그의 투자 철학이 이랬던 건 아니다.
김재곤 부장이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던 대학생 시절 그는 누구보다 공격적인 투자자였다. 시장에 대한 확신, 빠른 판단력에 대한 자신감이 컸다. 부모님 돈을 받아 주식계좌 관리를 했는데, 신용미수까지 쓰면서 급등주를 좇고 샀다 팔았다를 계속했다. 공격적인 투자로 처음에는 돈을 좀 벌었지만 어느덧 계좌가 녹아내려 투자금이 사라졌다. 잃지 않는 투자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다.
"제 진짜 성격은 좀 지르고, 공격적이고, 불 같고 과감해요. 근데 고객 자산 관리는 그렇게 하면 절대 안되잖아요. 부모님 돈을 날렸던 경험 때문에 회사 들어와서도 선배들에게 그런 방식의 포트폴리오 전략을 많이 배웠어요. 타고난 성격대로 했으면 절대 안됐을 거예요." -
- ▲ ⓒ정상윤 기자
◆코로나 폭락장서도 수익률 방어…숫자로 입증하니 장기 고객 줄 이어
15년간 마주한 자본시장의 불확실성 파고 속에서도 지지 않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김 부장은 NH투자증권의 베테랑 PB다. 김 부장의 고객 다수는 한두 번의 수익이 아닌 10년치 계획을 보고 그를 찾는다. 강하고 투박하게 자신의 소신을 말하지만 그의 진솔함에 고객들은 한번 맺은 인연을 쭉 이어간다.
오직 숫자로 증명할 뿐 과장된 화법도, 과속도 없기에 고객들은 그를 믿어준다. 현재 그가 관리하는 고객 수는 548명, 운용 자산은 4000억원 규모다. 김 부장의 고객은 단기 수익을 찾는 사람보다 긴 호흡의 삶을 설계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그와 10년 이상 거래한 고객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자산운용사와 협력해 스팩 콘셉트로 설정된 펀드 스팩1호 펀드의 6년 수익률은 지난 3월 기준 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4% 상승했으니, 지수 상승률의 3배가 넘는다. 특히 기간 중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 지수가 30% 넘게 하락할 때 김재곤 부장 고객들의 수익률은 방어가 됐다. 하방은 막혀 위험 부담은 결코 없는 안전한 투자를 통해서도 김 부장은 77%라는 견조한 숫자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촘촘한 설계를 통해 상품 매도 시 세금 한푼 내지 않는다는 것도 메리트다.
"고객들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 태도는 '사기 치지 않는다'에 있어요. 자산가 고객들은 저뿐 아니라 여러 명의 PB와 함께 호흡하는데, 저는 그들보다 잘하면 되는 거죠. 급격한 수익률 방식의 투자 콘셉트로 3, 4년까지는 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10년, 15년, 앞으로 그 이상을 계속 잘할 수 있느냐 할 때 아마 많은 확률로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PB들처럼 단숨에 2, 3배 수익률을 주는 투자를 하진 않아 지루함을 느끼고 떠났던 고객들이 다시 돌아오시는 일도 종종 있어요. 꾸준히 숫자로 입증하면서 고객들과의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그는 PB 업무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한다. 대학 시절부터 돈을 버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증권사 업무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그 대가로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서도 성공한 사업가, 자산가를 대면해 그들의 삶의 철학이나 노하우를 공짜로 듣고 함께 호흡하는 건 그가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다.
김 부장은 늘 꿈꿔온 순간을 누릴 수 있는 건 온전히 고객들과 회사 덕분이라고 공을 돌린다. 숫자를 논할 땐 날카롭던 눈빛이 고마운 선배라며 "김도훈, 이제환, 김태성, 이성운" 그간 자신을 이끌어준 이의 이름을 나열할 땐 해맑은 어린아이처럼 변하는 데에서 진심 어린 감사가 느껴진다.
"제가 먹고 살 수 있는 건 저를 믿어주고 함께해주는 고객들과 회사 덕분이에요. 다른 증권사들은 기다려주기도 전에 압박이 큰 게 사실이지만 저희는 과정 가치를 중시하고 PB가 본인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환경적인 지원이 충분하게 이뤄집니다. PB 스스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안 받쳐주면 절대 못하거든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많은 걸 전수할 수 있는 구조 안에서 제가 먹고 살 수 있게 해준 회사에 진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