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 4.25~4.50%로 동결 … “올해 2차례 인하 계획”집값·가계부채 급증세 여전 … 한은 내달 금리인하 숨고르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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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한국은행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오르고 있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역시 쉽지 않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높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과 가계부채 급증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발목 잡는 요소들이다.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4.25~4.5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4차례 연속 동결이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정책 조정을 검토하기에 앞서 경제의 향후 전개 과정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밝혔다.연준은 이날 발표한 분기별 경제전망(SEP)에서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지난해 3월 전망했던 바와 같이 2회로 유지했다. 연말 기준금리 전망은 3.9%로 유지했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2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
-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미국의 이번 금리 동결과 지난달 한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원·달러 환율 오르고 외국인 투자자금 빠져 나갈 수 있다.올해 초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달 들어 1300원 중반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의 원화절상 압박 우려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 중동 분쟁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1300원 후반까지 급등했다.전날(18일)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중동 군사 개입 가능성이 커지자 장중에는 138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최근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4~5월 큰 폭으로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열흘 만에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내달 시행될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이처럼 가계빚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려운 여건이다. 금리를 섣불리 인하할 경우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상승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을 다시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실제 부동산 시장은 이미 꿈틀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5월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3.0으로 전월보다 4.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같은 기간 11.0포인트나 급등한 131.5를 기록해 시장 기대 심리가 빠르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집값 오름세는 실제 가격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6%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40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 2월부터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누적 상승률도 2.29%로 지난해 같은 기간(0.05%)보다 크게 확대됐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 경기 회복보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계한 바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중동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맞물리면서 환율도 다시 1400원대를 넘보고 있고, 가계부채도 늘고 있어 한은이 우선 7월에는 숨고르기에 나서며 상황을 지켜본 뒤 8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1%포인트 기준금리를 낮추면 6∼12개월 시차를 두고 한국 경제 성장률을 0.1∼0.2%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이에 따라 한은이 연내 8월과 11월 두 차례 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7월 초 미국과 관세 협상이나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 등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