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 … 투박한 지프 특성 최소화도심형 주행 어울리는 실효성 … 가속력·안정감 돋보여개성 넘치는 디자인 … 완충 주행거리 292㎞는 아쉬워
  • ▲ 지프 어벤저 전면 모습, ⓒ홍승빈 기자
    ▲ 지프 어벤저 전면 모습, ⓒ홍승빈 기자
    미국을 넘어 유럽 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차가 있다. 바로 지프(Jeep)의 최초 순수 전기차 '어벤저(Avenger)'다. 

    최근 지프 어벤저를 타고 서울 시내를 비롯해 약 150km를 주행했다. 기자가 시승한 지프 어벤저는 지프가 지난 2022년 본격적으로 순수 전기차 시장 진입을 알린 모델로, 국내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전천후 도심형 전기 SUV로 꼽히는 어벤저는 지난 2022년 말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유럽에서 10만 건이 넘는 계약을 돌파했다. 유럽 시장에서 지프 브랜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준 성공작으로 꼽힌다. 한국에선 지난해 9월 출시됐다.
  • ▲ 지프 어벤저 측면 모습, ⓒ홍승빈 기자
    ▲ 지프 어벤저 측면 모습, ⓒ홍승빈 기자
    외관을 보면 귀여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가득하다. 시승한 모델은 지프가 어벤저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레이크(에메랄드) 색으로, 재치 넘치는 외관을 자랑한다. 지프 고유의 박시한 차체와 각진 세븐-슬롯 그릴에 'X'자 '제리캔'(휴대용 연료통) 디자인이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적으로 지프 특유의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최소화하면서도, 강인하고 단단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이 들었다.

    무엇보다 컴팩트한 사이즈가 눈에 띄었다. 지프 어벤저의 제원상 크기는 전장 4085mm, 전폭 1775mm, 전고 1530mm, 축간거리 2560mm로 상당히 작은 사이즈다. 이는 같은 소형 전기 SUV인 기아 EV3보다 모든 제원이 작다.

    개성 있는 외모와 달리 실내는 투박하면서도 무난하다. 대시보드는 개방감을 줬으며, 계기판 디스플레이 옆으로 대시보드 중앙에 10.25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배치됐고, 그 밑으로 온도조절 등 각종 공조 버튼이 있다.
  • ▲ 지프 어벤저 내부 모습, ⓒ홍승빈 기자
    ▲ 지프 어벤저 내부 모습, ⓒ홍승빈 기자
    작은 제원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실속을 잘 챙긴 느낌이다. 소형 SUV이자 전기차 특성상 실내가 비좁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실내에 타보니 운전석이나 조수석, 트렁크 공간이 크게 좁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2열은 성인 남성이 타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넉넉하진 않았다.

    지프 어벤저는 소형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200mm의 지상고와 615mm의 시트 높이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SUV에 걸맞은 주행 포지션을 선사함은 물론이고 차량 하부에 위치한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게 지프 측의 설명이다. 

    또한 오프로드 주행 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특수 설계된 엔진 및 배터리쉴드는 돌이 튀는 등의 외부 요인으로부터 배터리와 차량 하부를 보호해 준다. 이를 통해 어벤저는 지프만의 오프로더 본능을 실현했다.

    전기차답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볍고 부드럽게 속도가 올라갔다. 어벤저는 전 트림에 CATL이 만든 54킬로와트시(㎾h) 리튬이온(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전기 모터는 최대 출력 156마력(115㎾), 최대 토크 270Nm의 힘을 발휘한다. 

    주행 감각은 차체 대비 매끄럽고 시원했다. 높은 출력이 아니지만 가속 성능은 좋은 편이었으며, 컴팩트한 차체와 경쾌한 핸들링은 복잡한 도심에서 최적의 기동성을 발휘했다. 
  • ▲ 지프 어벤저 후면 모습. ⓒ홍승빈 기자
    ▲ 지프 어벤저 후면 모습. ⓒ홍승빈 기자
    일반적인 도로에서 달릴 때는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적었다. 약한 회생제동(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기술) 기능이 적용된 덕분에 울컥거림도 적은 편이었다.

    어벤저는 서울을 벗어나 비포장길로 된 세미 오프로드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구현했다. 지프는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동일하게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보조 장치를 탑재했다.

    실제 차량에 탑재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과 셀렉-터레인(Selec-Terrain) 기능으로 다양한 지형(샌드·머드·스노우 등)에 적합한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었다.

    급한 내리막길에서는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 기능이 작동해 운전에 불편함이 없었다. 해당 기능은 내리막길 주행 중 속도 제어가 가능하고, 저속영역에서는 오프로드 주행을 돕는다. 

    아쉬운 건 주행 가능 거리다. 어벤저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292km로 다소 짧다고 느껴진다. 다만 시승을 마치고 기록한 전비는 5.9km/kWh로. 공인 표준 전비(5.0km/kWh)를 웃돌았다. 

    아울러 고속 충전기 기준 평균 약 24분 만에 배터리 잔량 2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어 빠른 충전 속도가 짧은 주행 가능 거리를 보완해줄 것으로 보인다. 

    내비게이션 등 소프트웨어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의 연동에서 문제가 종종 발생해 내비게이션에서 안내하는 도로와 실제 도로 상황과 맞지 않을 때가 있었다. 

    어벤저는 편의·안전 사양에 따라 ▲론지튜드 ▲알티튜드 등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론지튜드는 안전과 편의 고루 갖춘 엔트리 모델이며, 알티튜드는 지프의 최첨단 안전 기술이 다양하게 탑재한 상위 모델이다.

    어벤저 론지튜드와 알티튜드 트림의 가격은 각각 5290만 원, 5640만 원이다. 여기에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4000만 원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