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추가 자료요청 들어온 적 없어" … 개인정보보호委 "예외 인정 요청·심의 없어"'가짜학위 방지법'도 아직 발의 안 돼 … 교육부 "학칙 근거 있더라도 타법 어겨선 안 돼 "김여사가 직접 제출했을 가능성도 작아 … 국민대 "심의·의결 과정은 비공개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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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대.ⓒ국민대 홈페이지
국민대학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를 일사천리로 취소하는 과정에서 학위 관련 김 여사의 개인정보 동의를 패싱(무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국민대는 지난 21일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운영위원회가 김 여사의 박사학위 취소 안건을 심의한 끝에 박사과정 입학과 이에 근거한 학위 수여를 무효 처리키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김 여사는 2008년 국민대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국민대는 "김 여사가 박사과정 입학 당시 낸 석사학위가 소속 대학으로부터 공식 취소됨에 따라 고등교육법 제33조 제4항에 명시된 박사과정 입학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대 대학원 학칙상 박사 과정에 입학하려면 석사학위 취득 이상의 학력이 필수여서 숙명여자대학교가 석사학위를 취소함에 따라 자격기준을 상실했다는 것이다.앞서 숙명여대는 지난달 23일 교육대학원 위원회를 열고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진위)가 요청한 김 여사의 석사학위 취소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김 여사는 1999년 숙명여대 교육대학원에 제출한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국민대의 이번 결정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애초 일련의 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에서 당사자(김건희)의 동의 없이는 학력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내용을 전달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서울대학교가 입시 비리로 형이 확정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 씨의 환경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을 아직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조씨의 학력 조회 등에 관한 개인정보 처리 동의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라고 알려졌다.하지만 국민대는 지난달 24일 숙명여대가 석사학위 취소를 공식화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무효로 처리했다. 국민대는 "앞으로도 법령과 규정에 입각해 학문 공동체의 신뢰와 윤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뉴데일리DB
문제는 국민대가 박사학위 취소 과정에서 김 여사의 개인정보 동의를 무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앞서 숙명여대는 지난 8일 석사학위 취소에 따른 후속 조처로 김 여사의 교원자격증 취소를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했다면서, 국민대로부터 김 여사 석사학위 수여와 관련해 사실 확인 요청 공문이 왔다고 추가로 밝혔다. 숙명여대는 이에 대해 지난 3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당사자 동의를 얻어 재요청해달라고 회신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도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보냈다고 했다. 숙명여대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다른 기관의 학력 조회 요청 시 정보주체의 동의서가 있을 때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숙명여대는 "국민대 측이 정보주체의 자필 서명이나 날인이 포함된 동의서를 첨부해 재요청하거나 관련 법령상 예외 사유에 해당함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신속히 회신하겠다"고 했다.법령상 예외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2호부터 제10호에서 정한 것으로, 이에 해당하면 제3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국민대 입장에서 가장 접근하기 좋고, 숙명여대도 콕 집어 예시로 든 경우는 공공기관에만 한정된 제5호다.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아니하면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서, 보호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이들 예외 사항도 정보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는 제외토록 하고 있어 예외를 인정받기가 녹록잖다는 의견이다.숙명여대에 따르면 지난 3일 회신 이후 국민대로부터 추가로 요청 공문이 온 적 없고 관련 자료를 보낸 것도 없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이달 들어 개인정보 제공 예외 조항과 관련해 국민대가 요청한 안건은 없다고 했다. 이달 들어선 지난 9일과 23일 관련 안건이 상정된 바 있으나 해당 건은 각각 관세청과 경기도 수원시에 관한 안건이었다. 국민대나 김 여사와 관련된 안건은 지난 5월까지 거슬러 확인해도 없다. 개인정보보호위 관계자는 "제5호에서 정한 예외 사유는 최근 안건으로 다룬 적 없다. 100% 확언할 순 없지만, (국민대가) 정보주체로부터 개인정보 동의를 받지 않은 건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국민대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현재로선) 제2호 등의 적용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만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예외 사유 중 제2호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고등교육법을 꼽을 수 있다.그러나 입학허가 취소에 관한 내용을 다룬 고등교육법 제34조의6에는 거짓자료를 제출하거나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입학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입학취소를 위한 조사·심의와 관련해 예외적으로 자료를 제공받는 방안에 대해선 정한 바가 없다.현재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실에선 이른바 '가짜 학위 방지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법안 임시안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했거나 학위를 받은 경우 당사자 동의 절차를 생략해도 학내 위원회에서 입학이나 학위를 취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발의는 지연되는 상황이다. 의원실 한 관계자는 "법제실에서 추가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언제 발의한다 라고 답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앞선 제21대 국회의 경우 황보승희 의원 등 20명이 입시부정을 조사·심의할 때 개인정보 동의가 없어도 학생부를 제공받을 수 있게 소위 '조민가짜스펙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성과 없이 임기만료폐기된 바 있다.일각에선 국민대가 조사·심의 과정에서 개인정보 동의를 생략할 수 있게 학칙에 근거를 마련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교육부는 그럴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학위 취소 절차까지 세세히 지침을 줄 순 없다. 학칙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상위법이나 다른 법에서 정한 바를 어기면서 학칙을 운용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라고 했다.마지막 경우의 수는 김 여사가 국민대에 직접 관련 자료를 건넸을 경우다. 하지만 가능성이 작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고려대학교가 조씨의 입학을 취소한 사례를 참작할 수는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021년 조씨에 대한 입시 부정 의혹이 제기됐을 때 고려대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는 한영외국어고에 조씨 학생부 사본을 요청했었다. 이에 조 전 장관 측에서 한영외고에 학생부를 제공하지 말라고 요청했고, 학교 측의 질의에 서울시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을 이유로 조씨 동의 없이는 제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고려대는 입시 때 조씨가 직접 냈던 생활기록부와 함께 법원 판결문을 종합 검토해 입학 취소를 의결했다.국민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국민대는 김 여사 박사학위를 무효로 처리하면서 개인정보 동의 과정을 임의로 생략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비공개 대상에 해당된다"고만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