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인 숙련공 비자' 추진…산재 사망사고 처벌 부담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42.2만명…현장 소통 및 관리 어려움"건설현장 인력난 해소 위해 중복처벌 완화 등 판 깔아줘야"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현장이 돌아가지 않아요. 그만큼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지만 과도한 제재가 부담이죠."(대형건설 A사 관계자)
    "현장에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가 있다 보니 의사소통이 어려워요. 안전모 착용을 거듭 강조해도 'Yes'만 하고 돌아서서 벗어버립니다.(중견건설 B사 관계자)

    현장인력 고령화와 저가 수주경쟁이 겹치며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외국인 숙련공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비자 제도 추진에 나선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현장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엇박자 정책"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질적 인력난 해소를 위해 당장 외국인 노동력을 채우고 싶어도 의사소통 문제로 안전사고 대응에 취약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명사고에 대해 면허취소 등 방안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근로자 채용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규제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일 건설근로자공제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근로자는 189만2000명이었고 이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42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17만9000명은 방문 취업비자·재외동포비자 등 합법 인력인 반면 57%가량인 24만2000명은 불법 인력으로 추산됐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020년까지만 해도 11.8%로 10명중 1명꼴이었다. 하지만 그 비중은 2021년 12.2%, 2022년 12.7%, 2023년 14.2%, 2024년 22.3%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 건설현장내 외국인 근로자는 중국,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캄보디아, 미얀마, 몽골,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언어·문화적 차이가 있는 외국인 근로자 증가하면서 건설현장 사망사고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사망은 2021년 42명에서 2022년 47명으로 늘었고 지난 2023년에는 55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인력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건설현장에 외국인 숙련공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엔 내국인이 기피하는 공사 종류에 대해 기능인력(E-7-3) 비자를 만드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 비자를 통해 입국한 후 취업교육을 받고 현장근무를 하고 있다.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이를 두고 업계에선 최근 건설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규제 움직임을 고려할 때 '엇박자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고착화된 불법하도급 관행과 최저가 입찰제(저가수주경쟁), 공사기간 단축압박 등 업계 고질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아파트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실제 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공사비 갈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모든 중대재해 사망사고 직보를 지시하는 등 강력 제재를 공언한 상황에서 대책없이 외국인 근로자만 더 늘어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이 건설사에게 전가된다는 불만도 적잖다.

    대형건설B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현장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숙련공이라 할지라도 결국 의사소통과 안전문제는 또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업정지나 면허취소 등 기업 존폐가 달릴 수 있는 제재가 예고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늘릴 경우 건설사 부담만 커진다"고 우려했다.

    중견건설C사 관계자는 "정부가 4.5일제, 노랑봉투법 등을 추진하면서 공기지연이나 비용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망사고 관련 징벌적 처벌까지 언급되면서 경영이 더 어려워졌다"며 "외국인 채용을 늘릴수록 중대재해법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복처벌 완화 등을 통해 채용을 늘릴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 인력 문제해결을 위해선 현행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인력이 늘면서 소통장애 등 안전사고 위험도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현장에 진입하기 전 기초 안전교육 외에는 사실상 방치돼 있어 관리 부실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처벌로 안전이 확보됐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재가 제로에 수렴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다"며 "처벌만능주의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외국인 근로자 확대도 구조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른 안전사고 발생이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공기와 관련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