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돌파 임박… 외환시장 '불안의 늪'달러 안전핀 한미 통화스와프, 정상회담 의제서 제외사상 최대 금리 역전·외환보유액 감소 '이중 압박'"스와프 환상 버려야…정책 신뢰·자력 방어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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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목전을 두고 있는 가운데, 달러 안전핀인 한미 통화스와프의 기대감은 희박하다. 2%포인트(p) 넘는 금리 역전, 약화된 외환 대응력, 정치적 신뢰 저하가 겹치며 한국의 외환시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397.0원으로 개장해 한 때 1398.5원까지 올랐다. 전날 환율은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론, 잭슨홀 미팅을 앞둔 경계 심리, 국내 증시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장중 1399원까지 치솟았다. 원화 약세 압력이 겹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돌파 가능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통화스와프는 협상국 간 비상시 각자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으로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개념이다. 유사시 자국 화폐를 맡기고 미리 정해진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어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는 안전핀 역할을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21년 종료된 이후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한미 정상회담 계기로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됐지만, 정부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가 거론이 안된다"고 답했다.

    이 같은 분위기 배경에는 미국의 정책 기조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 제조업 육성, 자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에 두고 있어 한국의 환율 안정을 정책 테이블에 올릴 동인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부탁해야 하는 사안인데,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민감한 현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로선 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조차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는 4.50%인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50%로 유지 중이다. 두 나라 간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커진 금리 격차는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정부는 "외환 대응 역량은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반복하지만, 시장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46억 달러까지 떨어지며 약 5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 이후 6월과 7월 증가세를 보이면서 외환보유액은 4113억대로 회복한 상태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23%에 그쳤다. 우리와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74%)이나 홍콩(114%)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시장 분위기를 점을 감안했을 때 통화스와프 기대를 갖는 것은 전략적 착오라고 지적한다. 외환당국 개입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금리 역전과 대외 신뢰 약화라는 구조적 요인을 뒤집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정책 일관성과 대외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통화스와프 우선순위에 오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앞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간 통화스와프는 위기 진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 미국도 위기 한가운데 있었던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지만, 지금은 한국만 불안한 대조적인 형국이다. 때문에 현실적 가능성 없는 통화스와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력 방어 역량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외환보유고가 다시 줄면 외국인 자금 유출, 수입 원가 상승, 외채 부담 확대 등 복합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대미 신뢰 회복, 무역 다변화, 정책 일관성 확보 등 종합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정책 전문가는 "환율 불안이 장기화될수록 외국인 투자 심리 위축과 악순환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당국이 통화스와프 기대감 대신 수출 경쟁력 확보와 정책 신뢰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