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전 용량 4배 증설해 2050년까지 원전 300기 추가 건설한미 합작사 추진 …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인 美 진출 길 열려웨스팅하우스 원전 시공 못 해 … 한수원과 합작 하면 '윈윈'"한미 협력 타 경쟁국들이 범접할 수 없는 경쟁력 확보 기회"
  • ▲ 태극기와 성조기. ⓒ뉴데일리
    ▲ 태극기와 성조기. ⓒ뉴데일리
    올해 초 체코원전 수주 과정에서 맺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비밀 협약이 공개되자 '굴욕 계약' 논란이 거세다. 우리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장비 구입·기술 사용료로 향후 50년 동안 1조원 넘게 지불해야 하고 세계 원전 시장의 3분의 2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여당에선 "매국적 불평등 계약"이라며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미국 내 신규 원전 300기를 건설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전 정책에 'K원전'이 참여할 길이 열리는 등 한미 양국의 '윈-윈'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세 차례에 걸쳐 자세히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올해 초 맺은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글로벌 합의 협정'은 단순 협력을 넘어 한미 간 강력한 원전 동맹을 맺은 것이란 평가가 전문가들과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향후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1조원을 내도록 하는 등 합의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평등 계약' 논란이 일었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인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어서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원전 산업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다양한 산업적 연관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로 만든다면, 궁극적으로 한미동맹 강화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지난해 11월 맺은 합의가 '불평등 계약' 논란으로 비화된 것은 우리 원전이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기술자립을 이뤘다는 과대 해석으로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7월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이 원전 원천기술을 도용했다"며 체코 정부에 진정을 내면서 최종 계약이 미뤄졌다.

    웨스팅하우스와 별개로 EDF도 계약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체코 법원이 최종 계약 예정일(올해 5월 7일) 하루 전 이를 받아들이면서 서명식이 무산되기도 했다.

    원전 업계는 한국이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을 계속 끌고 갔을 경우 소송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고, 최종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향후 한국 원전 수출길이 막혀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체코 정부도 당시 한수원 측에 "웨스팅하우스와 분쟁을 끝내고 와야 최종 계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을 인정한 셈이다.

    결국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상호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합의를 통해 한미 원전 협력을 강력한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합의문에는 한국이 원전 수출을 할 경우 원전 1기당 6억 5000만달러(약 9000억 원)어치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측에 제공하고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도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수원이 북미·EU(유럽연합)·영국·우크라이나·일본에서 신규 원전 수주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

    이를 두고 '불평등 계약', '굴욕적인 계약'이라는 등 비판이 나왔지만, 면면을 따져보면 한국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게 중론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설계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공 및 운영 능력이 떨어져 단독으로 원전을 건설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의 설계·시공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의 원전 확대를 위해 시공 능력에 강점을 지닌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우리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조선업이 쇠락한 미국이 관세 협상 카드로 우리가 제시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받아들인 것과 유사한 상황이 원전 분야에서도 벌어지는 것이다.
  • ▲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자로 10기를 건설, 2050년까지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용량을 4배인 400GW까지 늘린다는 구상을 밝혔다. 원자로 1기가 약 1GW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25년간 총 300기 분량에 해당한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조인트 벤처(JV·합작투자사)를 설립해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웨스팅하우스는 원천기술만 보유하고 있고 시공 능력은 없다"며 "만약 독자적으로 미국에 원전을 건설한다고 해도 공기도 제대로 맞추기 어려울 뿐더러 그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건설하는 것보다 건설 기간이 두 배 이상 길어질 수 있고 비용도 두 배 이상 나올 수가 있다"며 "이 때문에 한수원하고 합작을 하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의 가장 큰 성과는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를 내세워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며 "한국 원전 산업이 다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이다. 한미 협력으로 다른 원전 경쟁국들이 범접할 수 없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 기회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가 진출하지 않기로 한 중동·동남아·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원전 수출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황주호 사장을 비롯한 한수원 고위관계자들이 23일 미국을 방문해 다양한 원전 관련 기업들을 만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황주호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유럽 시장에서 이렇게 힘을 계속 쓸 것이냐, 아니면 미국 시장을 겨냥할 것이냐를 놓고 미국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