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웨스팅하우스와 한미 원전 합작투자사 설립 추진與, 합의문 두고 "매국 행위" … 국정조사와 청문회 시사野 "사실은 '윈윈' 협상인데 야당이 정치적 선동" 반박원전 업계 "정치권 진영 떠나 길고 큰 안목으로 협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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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HICO)에서 열린 제150차 경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8.20. ⓒ뉴시스
올해 초 체코원전 수주 과정에서 맺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비밀 협약이 공개되자 '굴욕 계약' 논란이 거세다. 우리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장비 구입·기술 사용료로 향후 50년 동안 1조원 넘게 지불해야 하고 세계 원전 시장의 3분의 2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여당에선 "매국적 불평등 계약"이라며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미국 내 신규 원전 300기를 건설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원전 정책에 'K원전'이 참여할 길이 열리는 등 한미 양국의 '윈-윈'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세 차례에 걸쳐 자세히 짚어본다. [편집자주]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의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손을 잡고 조인트 벤처(JV·합작투자사)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굴욕 계약' 논란으로 급락했던 원전주가 최근 반등했다.그런데 이런 추세는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이념과 진영 논리에 매몰된 여권이 한미 원전 협력을 두고 "원전 주권을 팔아먹는 매국 행위"라고 규정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임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11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사와 맺은 합의를 '불평등 계약'이라고 정치 공세를 펴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막대한 국익이 달린 원전 분야에서 만큼은 초당적인 협력에 나서 입법·제도적으로 원전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난해 11월 합의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합의문에는 한국이 원전 수출을 할 경우 원전 1기당 6억 5000만달러(약 9000억 원)어치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측에 제공하고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도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한수원이 북미·EU(유럽연합)·영국·우크라이나·일본에서 신규 원전 수주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다.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매국 행위"라고 비판하며 국정조사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황명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경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은 12·3 계엄 직전 홍보용 치적에 매달려 밀실에서 협정을 강행했다"며 "이 협정은 반드시 파기·재협상돼야 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들은 19일 성명을 내고 협정 파기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반면, 국민의힘은 21일 "사실은 '윈윈(win-win)' 협상"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이날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한전,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합의는 체코 원전 수주뿐 아니라 K-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는 윈윈 협상이라며 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돌연 이를 불공정 계약이라며 정치적 선동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합의문 내용이 최초로 알려진 지난 18일만 해도 여론은 '불평등 계약'쪽으로 쏠렸다. 그러나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합작투자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전이 시작됐다.또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웨스팅하우스 기술과 무관하며 미국의 동의 없이 제한 없이 수출할 수 있다'는 한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웨스팅하우스 측이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낸다면 이길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한몫했다.한수원이 독자기술로 개발했다고 홍보해 온 'APR1400'는 원자로 노심 설계가 웨스팅하우스의 '시스템(System) 80'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결론을 미국 핵규제위원회(US NRC)가 내린 바 있다.만약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US NRC의 기술 심사 보고서가 웨스팅하우스의 권리를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원전 업계와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한미 양국의 본격적인 원전 협력과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진실이 알려지면서 '불공정 계약' 논란으로 줄줄이 하락했던 원전 관련주들은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높아지며 일제히 반등했다. 21일 원전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7.14%)를 비롯해 한국전력(2.4%), 한전KPS(7.69%), 한전기술(15.29%) 등이 이날 동반 상승했다. -
- ▲ 부산 기장군의 한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고리원전 1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미국은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하면서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자로 10기를 건설하고 2050년까지 현재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용량을 4배인 400GW까지 늘린다는 구상을 밝혔다.원자로 1기의 용량이 약 1GW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25년간 총 300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이런 원전 정책 기조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한수원이 지난 6월 최종 계약에 성공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의 수주 금액은 26조원으로 1기당 13조원 꼴인데, 이를 미국 시장에 적용하면 약 4000조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전문가들은 이런 거대 시장에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진출할 경우 0%대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에 상당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국내 원전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합의를 '굴욕'이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가 득실을 따져봤을 때 '실' 보다 '득'이 더 많다고 판단해 합의한 것 아니겠냐. 지나치게 선동적인 발언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우리는 원전 원천 기술이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웨스팅하우스와 협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전 수출이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정치권에서 원전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지 논의할 수 있는 초당적인 협력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원전 시장의 잠재력이 엄청나게 크고 넓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도 진영 논리를 떠나 좀더 길게 큰 안목을 가지고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