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신사업 추진 속 분쟁 지속주총 앞두고 6명 이사 임기 만료… 표 대결 예고사외이사 비중 높이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투자·파트너십 흔들릴 우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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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주총 모습. ⓒ뉴데일리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지 1년, 고려아연은 상처와 함께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지적해온 지배구조 개선 과제는 상당 부분 이행됐다.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고 위원회를 재편해 투명성을 강화했으며,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섰다. 동시에 ‘글로벌 전략광물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신성장동력 마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양측은 여전히 소송과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고, 내년 3월 주총에서는 6명의 이사 임기 만료를 둘러싼 또 한 차례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장기화된 갈등에 기업 재무구조는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안정화 없이는 신사업 추진과 장기성장동력 확보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총 19명 중 직무정지 상태인 4명을 제외한 15명이 활동 중이다.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11명 대 MBK·영풍 연합 측 4명으로 고려아연 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최윤범 회장을 포함한 6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될 예정으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후임 이사 인선을 놓고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의 표 대결이 예상된다.지난 3월 주총 결의로 앞으로 이사 선출 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MBK 연합의 이사회 과반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탈취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MBK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려아연은 올해 주총에서 경영권 수성에 우선 성공했지만, 끊임없는 소송과 비방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 양측은 지난 1년간 무려 24건의 소송을 벌이며 분쟁을 이어왔다. 가처분 신청, 주총결의 무효 소송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장기화됐고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 등 방어 비용 부담으로 부채비율이 1년 새 36.5%에서 88.9%까지 상승했다.이러한 가운데서도 고려아연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는 성과를 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68%로 비금융 대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감사·사외이사후보추천·내부거래·보수·ESG 등 5개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다. 또 집중투표제를 정관에 명시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더불어 고려아연은 올해 두 번째 자사주 소각도 추진 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MBK·영풍의 적대적 M&A에 대응해 대항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주주환원율은 113.1%에 달한다. 업계는 이를 경영권 방어 이상의 주주가치 제고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고려아연은 “회사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연말 별도실적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과 연 1회 중간배당 실시를 목표로 했지만, 최근 3년(2022~2024년)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75%로 자체 목표치를 상회한다”며 “실제 2023년 별도기준 배당성향은 52%, 2024년은 80%를 기록해 목표치를 크게 뛰어넘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그러나 영풍은 이러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편, 주주환원 등 정책에 대해서도 “최 회장은 사외이사 확대나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배구조 개선의 성과라고 내세우지만, 이는 사실상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영풍은 “우리가 지향하는 ‘경영 정상화’는 소수주주이자 경영 대리인에 불과한 최 회장이 사익을 위해 독단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온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요구”라면서 “영풍의 목적은 ‘지배력 확보’가 아니라, 최대주주의 정당한 ‘경영 정상화’이며, 이는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회복과 모든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양측이 스스로를 ‘기업가치 제고 적임자’를 자처하고 나선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이 잇따라 내놓는 일방적 주장과 고려아연에 대한 음해는 기업을 일종의 소유물, 또는 사유화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부족해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의 적대적 M&A 시도는 절대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이 ‘기업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MBK와 경영협력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을 이익 회수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 대신 해외자본의 수익 극대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니켈 제련과 구리·아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 재활용 자원순환 생태계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이 보유한 제련 역량과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가 향후 ‘전략광물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경영권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이러한 신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가 요구되는 전략광물 사업 특성상,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해외 고객사와 투자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자원 메이저 기업들은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장기 계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 역시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 민간기업의 신속한 투자 실행을 주문하고 있다.고려아연은 “한결같이 ESG경영을 실천하고, 기업의 미래와 성장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고려아연의 DNA를 지켜 나가겠다”며 “영풍·MBK 측을 반면교사 삼아 근로자를 아프게 하고 환경과 지역주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지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