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자회사 파업 여파 … 현대차·기아 공장 중단완성차 핵심 부품 직접 생산 시 "부품사 노조 자멸"노봉법 통과 이후 노조 입김 확대 … 보완 입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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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광역시 내방동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주 1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울. ⓒ기아
국내 산업계가 우려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의 부작용이 완성차 업계를 가장 먼저 덮쳤다. 원청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는 자동차 부품사의 생산 자회사들이 잇달아 파업에 나서면서다.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 본격 시행되지만, 실제 법을 적용하기도 전부터 노조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2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의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는 전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일부 공장 조업도 중단됐다.업계에선 모트라스와 유니투스의 파업의 배경에는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자로 정의하는 조항을 담는다.실제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양사 노조는 미래 고용 100% 보장과 현대차·기아 수준의 기본급과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본인이 퇴사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조건 없는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측은 월 기본급 7만8000원 인상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현대차 노사의 합의 수준(기본급 10만 원 인상)과 차이가 크다며 파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노란봉투법은 실제 법을 적용까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회사나 협력업체 노조들이 모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파업을 시행할 여지가 생겼고, 모기업인 현대모비스가 시범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이들의 파업으로 부품이 적시에 공급되지 않으면서 현대차 울산 공장 일부 생산라인의 조업이 중단됐다. 현대차의 경우 자동차 생산 시스템은 제품·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을 택하고 있어 부품사가 공급을 멈추면 곧바로 생산라인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기아 오토랜드 광주 3개 공장 중 1·2공장의 가동도 중단됐다. 1공장에서는 셀토스와 EV5를, 2공장에서는 스포티지와 쏘울 등을 하루 1000대가량 생산한다. 하루 수천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셈이다.현대모비스는 현재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자사 노조와도 임단협 협상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400%에 1550만 원 등을 제시했지만, 모비스 노조 역시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 중이다.업계에선 이같이 원청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계열사들의 입김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관세 인하 적용 지연, 임단협 난항 등 대내외적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노사 리스크'라는 또 다른 큰 벽을 마주한 셈이다. -
- ▲ 현대차·기아 양재동 사옥. ⓒ현대차그룹
부품업계 일각에선 이와 같은 생산 자회사 파업이 지속되면 완성차와 계열사가 함께 생산했던 일부 핵심 부품을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자체 생산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실제로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가 한 달가량 파업을 지속, 현대차와 기아에 하루 평균 2000대 가까운 생산 차질이 발생하자 현대차는 현대트랜시스가 생산하던 차세대 하이브리드 변속기를 울산공장에서 직접 만드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올해도 현대차·기아의 교섭 내용을 보면, 현대차는 전륜 변속기와 수소연료전지를 각각 2027년과 2028년에 자체 양산하고, 배터리 등 전동화 핵심 부품은 내재화한다는 내용에 대해 노사 간 합의를 마쳤다.기아 노조도 동력장치, 친환경 차 핵심부품, 로보틱스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에 이르는 분야에서 자체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원청과 하청 사이에 있는 중간적의 회사가 현대차·기아와 똑같은 혜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핵심 부품을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자체 생산하게 되면 부품사 노조는 자멸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노사 리스크까지 겪게 되면 경쟁력이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라며 "노란봉투법의 보완 입법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을 인정, 태스크포스(TF) 또는 매뉴얼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보완 입법의 형태는 아니더라도 한편에서는 오해와 과장, 또 한편으로는 불확실성에서 생기는 여러 현장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한다"라며 "그런 것들을 포함해 TF 또는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겠다"라고 밝혔다.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사용주 개념이나 실질적 지배, 실질적 경영에 관해 불확실성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며 "대법원 판례나 노동위원회 결정,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시장이 과도하게 우려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이드라인과 규정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