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원전 멈춘 채 2년 반…행정 지연에 1785억 증발AI, 전기 먹는 하마인데…원전 홀대에 전력 공급 비상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연이틀 재생에너지 업계와 간담회원전 업계 "AI 3대 강국 만든다더니 원전 방치 이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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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3일 고리원전 2호기의 계속운전 허가에 대한 심의를 재개한다. 사진은 이날 부산 기장군의 한 마을에서 바라본 고리원전 2호기(왼쪽)와 영구 정지 8년 만인 지난 6월 해체가 결정된 고리원전 1호기(오른쪽) 모습. 2025.10.23. ⓒ뉴시스
2년 6개월 전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이 중단 된 고리 원전 2호기의 계속운영(설계수명 연장) 결정이 또 다시 미뤄졌다.원전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이 180도 바뀌었는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후 원전을 다시 가동할 지 결정하는 심사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원전 계속운영 심사를 미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시즌2' 효과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3일 제223회 원안위 전체회의를 열고 부산 기장 고리 2호기가압경수로, 685MWe)의 계속 운전 허가 여부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 재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고리 2호기 재가동 심사는 지난달 25일 제222회 원안위에 상정된 후 이번이 두 번째다.원안위는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데 대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관련 참고자료 제시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고리 2호기는 1978년에 건설허가를 받아 1983년부터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4월 8일부로 40년의 설계수명이 만료됐다.고리 2호기 재가동 심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국내 노후 원전들의 계속운전 심사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28일과 올해 8월 6일 설계수명이 끝난 고리 3·4호기와 올해 12월 22일과 내년 9월 11일 설계수명이 끝나는 한빛 1·2호기 등의 계속운전 심사 일정도 줄줄이 밀리게 된 것이다.안전성이 확보된 원전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가동이 지연되면서 결국 막대한 재정 낭비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발생하는 기회비용, 가동하지 않는 원전에 대한 유지 관리비 등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를 재가동하기 위한 설비 개선 비용을 178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원안위의 이번 결정이 사실상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추진하는 이재명 정부의 '원전 홀대' 기조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자력 발전소 짓는 데 15년이 걸린다"고 주장하며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가 원전 착공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이 대통령은 "수십 메가와트(MW), 수십기가와트(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원전을 삼십 몇 기 어디에 지을 것이냐"며 "안전성이 담보된 원전은 연장해 쓰되 신규 원전 대신 풍력·태양광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재명 정부에서 새롭게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22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부처 출범 이후 첫 풍력 업계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23일에도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태양광 관련 주요 협회 및 단체를 대상으로 연이틀 재생에너지 간담회를 개최했다.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영농형 태양광 일시사용 허가기간, 이격거리 규제 등 태양광 확산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신속하게 검토 및 개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기후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는 탈탄소 전환을 추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연간 100GW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김 장관은 "우리부는 탈탄소 전환의 선도부처로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의 조속한 이행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정부와 업계가 힘과 지혜를 모아 대한민국의 탈탄소 녹색문명 전환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김 장관은 취임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원전 관련 행사를 주재하지 않았다. 지난달 9일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그 의견을 12차 전기본에 담을 것"이라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앞서 정부는 올해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의 행보를 보면 이를 사실상 백지화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특히 원전 업계에서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시즌2'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아울러 AI(인공지능)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릴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시즌2를 예고한 것과 다를게 없다"며 "AI(인공지능) 3대 강국을 만들겠다면서 가장 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인 원전을 방치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를 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앞뒤가 맞지 않는 뒤죽박죽 에너지 정책에 대해 정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에너지 관련 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국토가 비좁고 기후가 불안정한 우리나라에서 발전원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없다"며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정권이 바뀔때마다 180도 바뀌어 혼란스럽다"고 했다.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태양광 발전사업은 국가 재정을 노린 이권 세력의 배만 불려줬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도 안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