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4.5일제·AI 대체·제조업 공동화 청년 고용 막아서는 구조적 장벽 늘어가늪에 빠진 '청년층 고용률' 17개월째 하락美 10월 AI發 15만명 해고 한파 韓에 몰아칠 수도'전세의 월세화' 가속화에 주거사다리 끊겨
  •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년 연장 입법이 속도를 내고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는 사이 청년층의 고용 불확실성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대미 투자 확대가 예고되면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와 고용 위축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여기에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세대 역전'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나는 등 산업 전반의 인력 고령화가 진행되며 청년층 일자리 위축이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  

    더욱이 청년 일자리에 직격탄을 입히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AI)이 가져오는 일자리 파괴다. 6일(현지시각) 나온 미국의 한 보고서를 보면, 10월 중 미국의 일자리가 15만3074개 사라졌다. 9월 5만4064개 감소보다 183%나 급증한 것으로, 올 들어 일자리가 사라진 규모는 109만9500개에 달하게 됐다. AI가 파괴한 인간의 일자리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이후 가장 컸다.  

    ◆'임금 감소 없는 정년 65세'...청년 고용 희생양 불가피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정년 65세 시대'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만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여당 역시 발맞춰 연내 정년 연장 합의안 입법을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도 '65세 정년연장' 입법을 정부와 여당에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정년 연장 법안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는 만큼 정년을 연장해 연금 수령 전 5년 간의 소득 공백을 메우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년층 일자리 축소와 기업 인건비 부담 확대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고용 안정 정책이 오히려 노동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년 연장 입법은 청년 실업, 생산성 저하, 조직 내 불만, 혁신 동력 하락, 경영 비용과 임금 정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일률적 방식의 법정 정년연장은 그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기업의 청년 고용 여력을 떨어뜨려 청년 취업난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으로 인해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생산성 바닥인데 '임금 그대로 주 4.5일' ... 기업은 무엇으로 월급주나

    정부는 또 2027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현재 1859시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17시간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일과 삶의 균형'과 '노동 생산성 향상'을 내세워 단계적 주4.5일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연내 관련 지원 법안 마련과 함께 '워라밸+4.5 프로젝트'로 주 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재정·행정 지원을 제공해 민간의 자율 도입 확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경제계는 "생산성 문제를 외면한 정책"이라며 난색을 보인다. 가뜩이나 낮은 노동생산성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54달러 수준으로, OECD 평균인 56~70달러의 77% 수준에 그친다.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뒤처지는 수치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경제성장률과 기업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근로시간 단축이나 임금상승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시도는 기업경쟁력 약화와 경제성장 둔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현 수준의 임금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퇴출되고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 비중이 커져 고용률에 상당한 부정적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정책 방향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정부가 추진 중인 주 4.5일제나 정년 연장 등의 정책은 모두 기업 부담을 키우는 방향"이라며 "결국 기업들은 청년층을 채용해 비용과 시간을 들여 육성하기 보다는, 즉시 투입이 가능한 숙련된 경력직 위주로 채용에 나서고 있어 청년 일자리를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 ▲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 택배업계 화두로 떠올랐다.ⓒ뉴데일리DB
    ▲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 택배업계 화두로 떠올랐다.ⓒ뉴데일리DB

    ◆민노총 뒷배로 새벽배송 문제까지 터져...젊은이 일자리 뺏을 일만 수두룩

    최근 불거진 새벽배송 중단 논의도 청년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청년층 근로자와 청년 창업자가 많이 포진해 있는 산업 중 하나가 온라인 유통·물류 분야여서다. 

    민주노총이 정부 주재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자정~새벽 5시 배송' 전면 금지를 공식 제안하면서 유통·물류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가 많게는 수조원의 자본을 투입해 구축한 새벽 배송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생겨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사무처 소관 (사)청년과미래는 성명서를 통해 "새벽배송은 청년층의 생활·일자리·창업과 밀접히 연결된 분야"라며 "IT 기반 물류 시스템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촉진하며 청년 창업과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산업을 무리하게 제한하면 경제 성장 모멘텀이 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현실과 괴리된 규제는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질타했다. 이은하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벽배송으로 창출되는 수많은 일자리와 온라인 유통망, 농축산물을 납품하는 농민들의 생계까지 막는 건 그야말로 탁상행정"이라며 "일자리를 늘려도 모자랄 판에, 남의 밥그릇을 빼앗을 권리가 누구한테 있나"라고 비판했다. 

    ◆AI發 고용 감소 한파, 청년층에 직격탄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확산이 고용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만 약 1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AI 도입이 대규모 감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국민연금 가입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청년층 일자리는 총 21만1000개 감소했으며, 이 중 98.6%에 달하는 20만8000개가 AI에 높은 노출도를 보이는 업종에서 발생했다. 

    청년층의 고용지표는 이미 악화일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9월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전년 동월 대비 0.7%P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17개월 연속 하락세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장 기록이다. 

    최근 경기 둔화에도 2%대 낮은 실업률의 배경에는 20대 '쉬었음' 인구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도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완전 고용에 가까운 양상이나, 실제로는 구직 의지를 잃은 청년층이 실업률 통계에서는 제외되면서 만들어진 착시라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표한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체적 사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난 것이 기술적으로 실업률을 끌어내렸다"고 진단했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쉬었음' 인구는 2005년 123만명(3.2%)에서 올해 254만명(5.6%)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20대 '쉬었음' 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생산가능 인구 대비 3.6%에서 7.2%로 확대됐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참여 의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실업률 하락의 상당 부분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에 기인한다는 것은 양질의 정규직 취업 가능성에 회의적인 청년층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청년층의 구직 의욕을 약화시키는 경제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이미 축소되고 있는 인적자원의 활용도마저 감소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 ▲ 서울 강남 한 부동산 중개업소 월세 매물 게시판.ⓒ연합뉴스
    ▲ 서울 강남 한 부동산 중개업소 월세 매물 게시판.ⓒ연합뉴스

    ◆대기업, 30세 미만이 50세 이상보다 적은 상황 '세대 역전' 현실화

    청년층 고용난은 기업 내부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대기업에서 30세 미만 젊은 직원 비중이 50세 이상 고연령대보다 낮아지는 '세대 역전' 현상은 현실이 됐다. 

    지난 8월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고 2022년부터 연령별 인력 구성을 비교할 수 있는 기업 124곳을 분석한 결과, 50세 이상 직원 비중이 30세 미만 인력 비중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이들 기업의 30세 미만 인력 비중은 전년보다 1.2%포인트(P) 감소한 19.8%인 반면 50대 이상 인력 비중은 0.6%P 증가한 20.1%로,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두 연령대의 비중이 역전됐다. 30대 미만 인력의 비중도 20% 아래로 처음 떨어졌다. 

    리더스인덱스는 "경기 둔화로 신입 채용이 줄고 고참 직원들의 퇴직은 늦어지면서 기업 내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인력 구조 순환이 둔화되면서 세대간 비중이 뒤바뀌는 전환점에 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행의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에 따르면 2016년 법정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고령층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층 근로자는 약 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 선호도가 높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2016~2024년 고령층이 약 8만명 늘어난 반면, 청년층은 약 11만명 줄었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실제로 2016년 정책 시행 이후 청년층의 상용직 취업 확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출산율과 혼인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고용 불안정성이 청년층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관세 협상에 국내 투자 공동화까지 '설상가상' 

    더욱이 문제는 대외 여건이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본격화하면 국내 투자 위축과 제조업 공동화가 가속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미 국내 설비투자는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고 기업들은 앞다퉈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이는 결국 경제 성장률 둔화와 지역 경제, 고용 불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청년층 고용 기회를 직접적으로 위축시킨다.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제조업 부진은 현재진행형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만1000명 줄며 15개월 연속 내리막을 기록했다. 

    현재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도 산업 공동화 우려를 상쇄할 만큼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액인 131억달러로 1년 전보다 14.6% 감소했고, 제조업 분야 신고금액도 34.5% 줄었다. 관세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청년층이 직장을 잡는다 해도 생활 여건은 여전히 팍팍하다. 전세 물건이 줄고 월세 전환이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가 뚜렷해지면서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율은 2020년 40% 수준에서 최근 62.6%까지 치솟은 상태다. 

    통계청의 최신 가계 동향조사(2023년)에 따르면 전체 소비 지출에서 주거비 비율은 자가 및 전세 거주 가구는 8.5%인 반면 월세 거주 가구는 21.5%에 달했다. 월세로 살면 그만큼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어 자산 축적도 어려워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거비용 증가는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저축 여력이 떨어지면서 월세, 반전세, 전세, 매매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에서 자본 축적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특히 청년층이나 저소득층은 급여에서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게 없어 다음 단계로 진입이 지연돼, 결국 주거 수준이 소득에 고착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인은 세금 부담을 월세 수익으로 상쇄하려 하고 세입자는 전세자금 대출 규제로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시장은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청년층은 주거비가 더 비싼 월세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