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압박에 정부·여당, 정년 연장·주 4.5일제 입법 속도경영계 "생산성↓·청년 일자리↓" … 李 외친 '실용' 실종전문가 "소주성 실패 반복 우려 … 실용보다 이념이 앞서"반기업 입법 강행에 결국은 고용 축소 등 국민경제에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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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시 주 4.5일제 토론회 참가한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 핵심 요구를 적극 수용하며 연내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자, 경영계는 기업 혁신 의지를 꺾고 생산성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이재명 정부가 '진짜 성장'을 표방하면서도 노동계 청구서에 손을 들어주는 반시장적인 정책을 잇따라 밀어붙이자, 과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실패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소주성 역시 노동계의 요구를 전폭 수용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예외 없는 주 52시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이어졌지만 결국 '역성장 충격'의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정년 연장·주 4.5일제 '노동계 청구서'에 경제 먹구름 드리운다정부는 정년 65세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 입법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노동계가 이를 강하게 압박하자, 여당도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등 주요 노동정책 의제를 본격 테이블 위에 올렸다.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정년 연장 법안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는 만큼 정년을 늘려 연금 수령 전 5년 간의 소득 공백을 메우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또 '일과 삶의 균형'과 '노동 생산성 향상'을 내세워 단계적 주4.5일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워라밸+4.5 프로젝트'를 통해 주 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재정·행정 지원을 제공해 민간의 자율 도입을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전문가들은 이들 정책이 섣부르게 도입되면 경제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박정수 서강대 경제대 교수(학장)은 "비용이 늘어날 것이 불보듯 뻔한데, 그 부담을 기업에만 떠넘길 것인가"라며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겠다면서 역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이어 "이미 연간 노동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성장 없이는 미래도 없는 만큼, 결국 그 피해는 청년층과 미래세대가 오롯이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재명 정부가 '진짜 성장'을 내세우면서도 반기업적인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법정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에도 드라이브를 걸면서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한국 경제 체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처럼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면 기업들로선 해외 이전을 서두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노동자 입장에서도 일자리 축소라는 역풍을 맞게 되고 노사 모두 피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정부가 경제 현실보다 양대 노조 요구에 끌려다니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
-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윤종오 진보당 의원과 한국노총, 민주노총이 주최한 65세 법정 정년 연장 입법 연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정부 '진짜 성장' 외치지만 文정부 '소주성' 길로경영계도 현행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서 법정 정년만 일률적으로 늘리면 기업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청년층 일자리도 줄어들 수 있다고 난색을 표한다. 대신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고령층이 일정 수준의 임금 조정을 수용하는 조정으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한국은행의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임금체계 조정없이 시행됐던 정년 연장은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가 있었으나 그 수혜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되고 청년고용 위축과 조기퇴직 증가 등 부작용이 컸다.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청년층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는 주요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과도하게 높은 임금의 연공성 때문"이라며 "노사가 협치해 과도한 임금의 연공성과 연공서열식 인사체계를 해결하지 않으면 정년연장으로 인한 청년고용 감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저출산 고령화가 악화되더라도 고용연장 논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경영계는 주 4.5일제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상응하는 임금 조정 방안이나 강한 성과연동제 등을 함께 논의해야만 기업경쟁력의 급격한 약화와 고용 여건 악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경제성장률과 기업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근로시간 단축이나 임금상승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시도는 기업경쟁력 약화와 경제성장 둔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혁신과 투자를 유도하고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국가정책이 우선되어야만 근로자의 경제적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과 결이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순환'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친노동 정책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다.당시 문재인 정부는 친노동적 정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비용의 무덤'으로 귀결됐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당시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18년 7530원(16.38%), 2019년 8350원(10.89%)으로 가파르게 올랐다.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을 늘리면 소비 증가를 이끌어 경제가 성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임금이 생산성을 앞지르자 기업은 고용을 줄였고, 저임금 일자리를 지탱하던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와 인건비 상승에 짓눌리며 폐업해 고용시장 전반의 불안이 커졌다.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가 실용주의를 모토로 내세우면서 실제 정책은 이념적이고 관념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사실상 이번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란봉투법,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 '노동계 청구서 3부작'이 되고 있는데, 일부 기득권 집단을 위한 정책이 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이어 "정부는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기업들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는 만큼 투자에 전념하게 해줘야 하는데도 오히려 노사관계나 노동법·제도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노동과 경제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하는데, 경제는 규제 완화와 유연화를 외치면서 노동정책은 반대로 간다면 그 수레가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