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현대차그룹 시총 194조 원 … 연초 대비 43% 증가관세 불구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서 판매 호조 굳건정의선, 美 선투자 선구안 … 관세 정국 정면 돌파하기도SDV·로봇 등 사업 구조 대전환 … 미래 사업 영역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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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올해 들어 그룹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거나 100조 원에 근접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전기차·에너지·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성과가 시장 평가에 빠르게 반영된 결과다. 사업 추진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되며 그룹 간 격차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연초 대비 시총 증가율이 크게 나타난 그룹들을 중심으로 젊은 리더들이 어떤 전략과 의사결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의 관세 부과 등 경영 환경 불확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는다.실제로 현대차그룹은 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하이브리드로 대체한 데 이어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완성차 2위에 올라섰다. 2022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과의 3강 체제를 깨고 있다는 평가다.시장도 현대차의 입지와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 3일 기준 194조 원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시총 2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올해 초 135조 원을 웃돌았던 현대차그룹 시총은 약 10개월 만에 43% 넘게 오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관세 인하가 가파른 실적 전망 상향 가능성을 열고, 신차 사이클 심화와 맞물리며 기대감이 빠르게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
-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환영사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대내외 위기 속 흔들림 없는 본업 … 최대 매출 연일 경신현대차그룹은 올해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부침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톱3’ 위치를 공고히 했다. 글로벌 보호무역 주의와 공급망 재편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에서도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비교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다.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극도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13조86억 원의 합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처음 글로벌 2위에 올라섰다. 영업이익률은 8.7%로 폭스바겐(4.2%)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2배 이상 웃돌았다.특히 주력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관세 타격에도 현지 판매를 꾸준히 늘린 점이 유효했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올 10월까지 미국 판매 대수는 145만36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 성장했다.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을 단순한 수출·판매 거점이 아닌, 그룹의 '핵심 성장 축'으로 설정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팰리세이드, 엘란트라, 싼타페, 스포티지 등 주력 판매 모델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늘려 실적을 성장시켰다는 분석이다,이처럼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이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엔 정의선 회장의 선제 현지 투자 확대가 돋보였다는 평가다.실제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등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전기차 전환의 '선제 대응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 기아 조지아 공장 등 미국 생산법인을 미리 구축한 결과 미국 내 판매량을 선두권에 올려놨다. -
-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 미래 사업으로 영역 확장 … 인류 향한 기술 '진일보' 앞장정의선 회장은 이와 함께 자동차를 넘어 로보틱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자율주행,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취임 이후 5년간 현대차그룹의 괄목할 성장을 이끌어 온 정 회장은 특히 로보틱스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로봇을 현실 속 동반자로 구현하고, 모빌리티의 경계를 확장해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 회장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실제 현대차그룹은 2021년 세계적인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 이를 통해 자동차 생산공정에만 머물지 않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물류 로봇, 서비스로봇, 웨어러블로봇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현대차그룹은 이에 그치지 않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센터'를 설립, AI로 대규모 행동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의 완성도와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실제 산업현장에 투입하기 전 신뢰성을 최종 점검하는 과정이다.'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조성한다. 자체 로봇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현대차그룹이 AI, 로봇 분야 투자에 힘쓰는 건 보다 효율적으로 고품질 차량을 생산하기 위함이다. AI와 로봇 기술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공장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을 구축하기 위해서다.정의선 회장은 이와 더불어 EV(전기차), HEV(하이브리드), EREV(확장형 전기차), FCEV(수소차) 등 전방위적인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인류를 위한 수소(Hydrogen for Humanity)'를 뜻하는 현대차그룹 수소 브랜드 'HTWO'를 앞세워 모빌리티를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모두가 접근 가능한 형태로 만들겠다는 의지다.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15% 관세 적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시급한 해결과제다. 정의선 회장이 올해 직접 미국에 방문해 전역을 오가며 '민간 외교'를 주도, 한미 경제 협력의 가교 역할을 맡아 관세를 인하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일본·유럽 자동차기업과 미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이에 업계는 정의선 회장이 '위기를 기회로' 정신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현대차그룹의 도약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정 회장은 "미국 관세의 15%로 인한 수출 감소 및 국내 생산 위축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라며 "수출 지역 다변화를 추진하고, 국내 공장의 완성차 수출을 확대하고, 특히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통해서 자동차 차량 수출을 2030년까지 현재 대비해서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그는 또한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그 위기를 극복해왔으며 위기 이후에 더 강해졌다"라며 "'퍼펙트 스톰'과 같은 단어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위기에 맞서는 우리의 의지를 고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