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 양사 공급 가능성 언급에 기대감 UPAI 수요 폭증에 HBM 공급망도 재편 불가피"양산 준비 완료" … 삼성·SK 동시 계약 가능내년 루빈 출시 앞두고 계약 시점 앞당길 수도
  • ▲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포스 한국출시 25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정상윤 기자
    ▲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포스 한국출시 25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정상윤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 이후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공급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황 CEO가 막대한 AI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사 모두 조기에 HBM4 공급망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 이후 진행한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을 두고 HBM4 공급 계약 진행상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지난달 31일 오후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황 CEO는 "AI 수요가 너무 커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필요하다"며 "어느 한쪽을 택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양사와의 동시 협력 가능성을 명확히 시사했다. 이 발언은 공급사 간 단독 계약 체제가 아닌 '병행 협력' 구조가 될 수 있음을 밝히는 동시에 후속 공급 계약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양사는 모두 엔비디아에 HBM4 샘플을 공급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3E 양산에 성공하며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고 삼성전자는 최근 B100 GPU용으로 알려진 HBM3E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뒤늦게 합류했다. 삼성의 경우, 이번 HBM3E 계약이 향후 HBM4 공급 가능성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12단 HBM3E 샘플에 이어, HBM4 개발 및 검증 작업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 공정 기술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삼성과 SK 모두 이미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황 CEO의 발언은 국내 반도체업계를 더욱 들뜨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HBM4의 최종 계약이 HBM3E보다 더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할 차세대 AI 칩 루빈에 HBM4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아 공급망 확보를 위한 계약 일정도 자연스럽게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엔비디아가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동시에 협력 파트너로 삼으려는 것은 그만큼 AI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와 초거대 언어모델 학습에 요구되는 메모리 대역폭은 기존 메모리 구조로는 감당이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HBM의 채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고, 이에 따라 공급 안정성을 위해 복수 벤더 전략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에 HBM 전용 라인을 증설 중이며 삼성도 평택 캠퍼스에서 HBM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양사 모두 월 수만 장 규모의 HBM4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HBM4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발열, 전력, 수율 등 복합적인 기술 과제를 요구한다. 이 지점에서 양사의 전략은 다르다. SK하이닉스는 기존 HBM3E의 시장 우위를 바탕으로 빠른 기술 검증을 통해 선제적 계약을 노리는 반면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로서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수율 안정성과 신뢰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번 젠슨 황 CEO의 발언은 단순한 공급사 평가를 넘어 앞으로 HBM 시장 구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란 의미도 있다. HBM 시장이 더 이상 '선점자 독주' 체제가 아닌 다수의 제조사가 참여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HBM4 계약 시점 또한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 속에 향후 몇 개월 내 엔비디아가 양사와 동시 계약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엔비디아가 루빈 기반 제품의 대량 생산을 앞두고 양산 라인을 안정화해야 하는 만큼 공급사 다변화는 기술보다 '타이밍'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