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한국노총 요구 일부 수용, 예산안 통과제3노조 "공정성·투명성 없는 맞춤형 지원" 비판노동계 내부갈등 조짐에 노동장관 "편성 과정 잘 몰라"
  • ▲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출석한 국무위원과 기관장들에게 2026년 예산안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출석한 국무위원과 기관장들에게 2026년 예산안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각각 55억원씩 총 11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시키자, 양대 노총에 속하지 않은 제3노조들이 "맞춤형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쪽지예산으로 편성된 이번 지원이 노동계 권력의 독점 구조를 강화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소규모·독립 노조를 배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기후환경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임위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취약노동자 지원사업 부문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각각 55억원을 지원하는 사업 예산이 포함됐다.

    한국노총은 중앙근로자복지센터의 승강기·에스컬레이터 교체, 난방 설비 개선, 지하주차장 안전 성능 강화 등 시설 보수에 55억원을 지원받고,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건물 6개 층의 임차보증금 전환 비용으로 55억원을 수령하게 된다.

    이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는 없었으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요구로 국회 환노위에서 쪽지예산 형태로 반영됐다. 국민의힘이 "코드 예산" "정권 교체에 대한 대가성 지원 사업"이라며 삭감을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3노조들은 "노조 규모나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예산이 배분되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송시영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공적 재원을 투입하려면 노조의 재정 자립도, 조직 운영의 투명성 등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 모든 노동단체에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어떤 노조는 사무실조차 없어 짐을 둘 공간도 부족한데, 이미 조직력과 재정 기반을 갖춘 거대 노총에 국민 세금으로 막대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약자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양대 노총은 전체 노조 조합원의 약 82%를 차지하며 노동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제3노조들은 이번 예산 편성이 양대 노총 중심의 권력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독립 노조나 미가맹 노조의 존재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노조법 개정과 노란봉투법 통과로 양대 노총 중심의 노정 교섭 구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이번 예산까지 집중되자 "대선 보은용 예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노조의 재정적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어, 정부의 직접 지원은 노조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대 노총 지원금에 대해 "정부 예산 편성 과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취약 노동자에게 지원하지 않고 총연합단체에게 소모성인 보증금 지원을 한다는 것에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양대노총에 사회적 역할 충실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