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가계부채 급등, 1470원대 환율 부담기준금리 2.50% 유지 … 한미 금리 차 1.5%P 올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 일제히 상향 조정경기 회복세에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분석도11월 통방문서 '인하 기조' 삭제 … '가능성'으로 바꿔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27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금리 인하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은이 더 이상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상향되고,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서도 기존의 ‘금리 인하 기조’ 표현이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조정되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 연 2.50%로 4연속 기준금리 동결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0%로 유지했다.

    한은은 앞서 올해 1월과 4월 금리를 동결, 2월과 5월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그러나 7·8·10월에 이어 이번에도 동결을 선택했다. 

    서울 집값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값이 전월 대비 1.72% 오르면서 지난 2020년 9월 이후 최고 상승률은 기록했다. 정부가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연달아 내놨음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여전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6519억원이나 불었다. 이는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2조527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1326억원으로 지난 7월(1335억원) 이후 가장 많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치솟으며 7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내년 1500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지만, 한·미 금리차(1.50%포인트)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 위험을 감안하면 한은이 선제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안정 요인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상승과 부동산 가격 오름세 등이 이번 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 ▲ ⓒ곽예지 기자
    ▲ ⓒ곽예지 기자
    ◇성장률 전망 상향 … 금리 인하 ‘기조→가능성’으로 후퇴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시장에서는 다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 내년 전망치를 1.8%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1.2%로 예상치를 웃돌며 경기 회복 신호가 반영된 결과다. 

    환율과 부동산 불안이 이어지는 데다 성장 전망까지 상향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국면이 이미 사실상 끝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기존에 사용해온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간다’는 문구가 빠졌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 및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달까지 적시했던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간다'는 표현을 이번에는 ‘가능성’ 수준으로 조정한 것으로, 통화정책 메시지가 한층 신중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내년 4월 한은 총재 교체 이후 하반기까지 1~2회 인하 기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 상승이 대부분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인하할 경우 개인들의 부동산 상승 기대감을 더 높이고, 고환율 고착화 요일이 될 수 있어 현재 상황으로는 인하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며 “인하 사이클은 끝이 났고, 내년에 한번 정도 더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과 주택시장 지표가 다시 불안해지면서 한은이 완화 속도를 쉽게 조정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