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잔액 70조~80조원 신보, 임기 끝난 뒤에도 이사장 공모 '공백'구조조정 창구 유암코까지 리더십 지연 … 정책금융 실행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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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보증기금(신보)과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수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정책·준공공 금융기관의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기조 속에서 정책보증과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가운데 핵심 정책금융 기능을 담당하는 두 기관의 인사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내년 보증계획과 구조조정 전략, 조직 운영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 끝난 지 3개월 … 신보 이사장 공모 ‘깜깜이’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원목 신보 이사장의 공식 임기는 지난 8월 말 만료됐다. 신보 이사회는 이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했지만, 이사장 공개모집 공고는 12월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형식상 임추위는 꾸렸지만 실질적인 인선 절차는 사실상 멈춰 있는 셈이다.

    신보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신용보증을 전담하는 국내 최대 정책보증기관이다. 보증잔액은 70조~80조원 수준에 이르며, 매년 수십만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보증을 제공해 기업 자금조달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파로 자금 사정이 나빠진 영세기업·자영업자를 위해 내년 보증 공급 전략과 리스크 관리 방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정책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럼에도 수장 공백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내년 보증공급 계획, 조직 개편, 정기 인사 등 주요 일정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신보 안팎에서 제기된다. 신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예보는 11월 초 사장 임기 종료 직후 임추위를 본격 가동해 공모 일정을 잡았는데 신보는 8월에 임기가 끝난 뒤에도 공모를 열지 못하고 있다”며 “기관 규모와 정책 비중을 고려하면 가장 먼저 인사를 마무리했어야 할 곳이 오히려 가장 뒤에 서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은 통상 1월에 대규모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데, 해를 넘겨 새 이사장 윤곽이 잡히면 내년 정책 집행과 조직 안정성 모두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보증·정책기관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빠르다. 기보는 계엄 사태 여파로 중단됐던 이사장 선임 절차를 최근 다시 재가동했다. 임추위 구성을 위한 회의를 열고 후임 이사장 인선 작업에 착수했으며, 통상적인 일정대로라면 내년 1분기 안에 새 이사장 임명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보 역시 사장 임기 종료 직후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11월 중순부터 사장 후보 공모에 들어갔다.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복수의 후보를 금융위원장에게 추천하면, 금융위 제청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신임 사장이 임명되는 절차다.

    HUG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상황이다. 임추위가 지원자를 상대로 면접을 마치고 최종 추천 대상자를 추려놓은 상태로, 국토교통부 심사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만 남겨둔 것으로 전해진다. 인선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 초 새 사장이 취임해 6개월가량 이어진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보·예보·HUG는 절차상 변수는 있더라도 ‘인선을 시작했다’는 신호라도 시장에 보여주고 있다”며 “실물경제와 가장 밀접한 기관인 신보 이사장 인사가 가장 뒤로 밀려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유암코도 수장 인선 지연 …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둔화’ 우려

    유암코 역시 수장 인선이 마무리되지 못한 채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정책성 구조조정 전문회사다. 유암코는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은행권 부실채권(NPL) 인수와 기업 구조조정 투자(CR),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펀드 등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화 역할을 맡고 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겹친 상황에서 은행권이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하는 핵심 창구임에도, 수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전략 설정과 리스크 관리가 수동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보와 유암코의 리더십 공백이 단순한 ‘자리 비움’을 넘어 정책 집행 속도와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과 준공공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들은 경기 위기 때마다 ‘최후의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며 “정작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빠르고 일관된 의사결정인데, 수장 인사를 둘러싼 정무적 변수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