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재계 겨냥 법안 시행 앞둬각 법안 원안 시행 시 경영 악화 우려 … 리스크 확대자동차·조선업 등 원·하청 구조 집중 업종 불확실성 ↑日·中 반도체 따라오는데 … 한국은 투자 사기 꺾어반도체 특별법 실효성 의문 … 업계 목소리 담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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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8월 24일 '노란봉투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됐다. ⓒ연합뉴스
2026년에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옥죄는 각종 정책과 법안이 일제히 시행돼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이재명 정부에서 세 번째 시도 끝에 국회를 통과한 후 시행을 앞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비롯해 1·2차 상법 개정안 시행, 법인세 인상, 정년 연장 법제화 등의 정책과 법안은 국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특히 국내 경제를 책임지는 반도체 부문의 경우 일본, 중국 등이 한국을 추격하는 투자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업계가 수년간 요청해 온 요구사항들이 반영되지 않아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결국 곳곳에서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음에도 이를 방관하면서 치명적 위협에 빠져드는 '회색 코뿔소의 상황이 우리 기업들에게 닥쳐 있는 셈이다.◆ 노란봉투법, 기업 경영 악화 넘어 국가 경쟁력 악화할 수도2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은 올해 경영과 관련된 각종 규제가 잇따라 시행됨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은 기업의 경영 악화를 넘어 국가 경쟁력을 낮추는 대표적인 '기업 억제법'이라는 시선에서다.정부와 여당은 올해 원·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 길을 연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법안 발의 10년 만에 통과시켰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를 골자로 한 해당 법안은 오는 3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노란봉투법의 경우 지난해 입법 과정에서 재계와 경제계로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혔으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정 작업 없이 원안대로 노란봉투법을 처리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운 상태다. 여전히 후속 조처 등을 둘러싸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시행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특히 노란봉투법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의 주력 기업들이 1년 내내 노사분규 등으로 혼란을 겪을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기업들은 경영효율화와 노동생산성 향상은 고사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란 분석이다.경영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내용은 기업의 합병이나 분할, 양도, 매각 등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도 사실상 노조가 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해석지침에는 이 같은 경영상 결정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면서도 이에 따라 정리해고 전환 배치 등이 예상될 경우 교섭 요구가 가능하다고 쓰여있기 때문이다.특히 완성차 업계에선 반발이 심하다. 완성차 기업들은 글로벌 확장, 신차 개발, 설비투자 등에서 예측 가능한 경영이 중요한데, 이번 제도로 인해 계획 수립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현대차가 보유한 협력사·하청업체 각각에 대해 별도의 노조 단위가 인정된다면, 원청인 현대차는 사실상 교섭 상대방을 '관리 불가능한 수'로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1년 내내 협상만 하다가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실제 현대차는 사내외 협력사를 모두 합하면 8500개에 달한다. 사내 협력사는 원청의 사업장 내부에서 근무하는 하청업체를 말하며, 사외 협력사는 일반 구매 협력사까지 포함된다. 복수노조는 제외한 것으로 복수노조가 있는 곳까지 더해지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은 이미 ‘다크 팩토리’(완전 자동화 공장)를 가동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라며 "지금과 같이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조 발언권이 커지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사업 재편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가운데)이 2025년 7월 3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중지를 촉구하는 업종별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 센 상법 온다 … 우리 기업 '샌드위치 신세' 불가피1·2차 상법 개정안에 이어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도 올해 시행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올해 1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3차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뿐 아니라 기존 자사주도 1년 내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이미 국회를 통과한 1·2차 상법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된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두 차례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했고,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도 강화했으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1차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명문화, 전자주총 도입,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3% 제한 등이 핵심이다. 2차 개정안은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수 확대 등이 골자다.경제계와 업계는 기존엔 기업들이 '경영상 판단'을 근거로 처리할 수 있었던 계열사 간 거래, 자회사 설립, 사업부 분할 등이 까다로워질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경영진이 의사결정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장기 투자나 혁신이 어려워지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반도체, 배터리, 방산, 조선 등 장기 투자와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수적인 산업일수록 상법개정의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주주권 강화는 자본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나, 산업 구조 전환기에는 기업의 전략적 유연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특히 '더 많은 배당과 주가 상승'을 요구하는 상법 개정안과 '더 높은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란봉투법이 동시에 시행될 경우 기업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전망이다.이에 경제단체들은 3차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등과 관련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자사주 소각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자고 하는 데에 대해선 경제계도 전혀 이견이 없다"라면서도 "예외를 얼마나 허용할 건지, 어떤 절차로 허용할 건지, 실제로 법에 담긴 그런 내용들이 현실적으로 작동할 건지 머리를 맞대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이동근 경총 부회장도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교섭권 보장이지 원청 단위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라며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교섭 의제도 함께 기재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 ▲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통상 불확실성 속 '속도전' … 韓 기업 부담은 여전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통상과 기술을 동시에 겨루는 '속도전'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한국의 대응 여건은 녹록지 않다.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은 유예와 재개 가능성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상태이고,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자금과 장기 전략으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은 정부와 민간을 총동원해 산업 재편과 자립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재정 지원과 기업 연합을 앞세워 첨단 공정과 고부가 메모리 분야까지 공략하며 한국을 향한 추격 압박을 키우는 모습이다.일본은 라피더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연합 체제를 구축하고, 정부 지원과 민간 출자를 결합해 2027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TSMC 역시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확충하며 일본 내 AI 반도체 생산 기반을 확대 중이다. 중국도 미국 제재 속에서도 반도체 자립화에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YMTC는 HBM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한국이 주도해온 고부가 메모리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업계에서는 내년 키워드로 '성장'보다 '생존'을 거론하고 있다. 반도체 관세 리스크와 중국의 기술 추격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정책·제도 대응이 지연될 경우 기업 부담이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과 통상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中 기술 추격 가속화 … 반도체 전선 더 넓어진다내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을 넘어 통상·정치 변수까지 겹친 복합 전선에 놓일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관세 정책이 '유예' 상태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중국은 이를 활용해 기술 자립과 추격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관세 불확실성과 중국의 구조적 기술 추격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한층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중국의 기술 추격은 단순한 생산 확대를 넘어 구조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YMTC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은 엔비디아가 장악한 범용 GPU 대신 ASIC 중심의 AI 가속기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범용 GPU 분야에서 단기간 추격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상대적으로 기술 장벽이 낮은 영역부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중국 정부의 대규모 정책 자금도 추격 속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보조금과 금융 지원을 포함해 2000억~5000억위안(약 42조~104조원) 규모의 추가 정책 패키지를 검토 중이다. 최대치가 현실화할 경우 단일 국가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의 반도체 지원 사업이 된다. 파운드리·메모리뿐 아니라 장비, 응용 반도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전력·네트워크 인프라까지 포함하는 전방위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기술 유출을 통한 추격이 현실화된 점도 부담 요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전자 출신 임직원들이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 이직하며 10나노대 D램 공정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CXMT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 네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 추정액만 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술 격차가 좁혀질수록 가격·물량 경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韓, 지원은 제한적 … 반도체 특별법도 '반쪽짜리'이 가운데 정부는 'K-반도체 세계 2강 도약'을 목표로 AI 반도체와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산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인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가 반도체 특별법에서 빠지면서 정책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반도체 특별법에는 클러스터 지정, 인프라 구축,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업계가 수년간 요구해온 R&D 유연 근무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이 연구·개발에 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지원 규모 역시 경쟁국과 비교하면 제한적이다. 일본이 라피더스에만 수십조원을 투입하고,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자립화를 추진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직접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제도와 재정 모두에서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재계 전반에서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