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다지만 추가 보상 없다 못 박은 쿠팡, 여론 반발 확산총액은 1조7000억·체감은 미미 … 판촉 논란까지 불붙은 보상안정부, 매출 20% 과징금·시장지배력 검토 … 전방위 압박 수위↑개보위·공정위·관세청·노동부·국세청까지 사태 규제 공방으로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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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1조700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추가 보상 계획을 거부했다. 조건부 쿠폰 중심의 보상책을 두고 생색내기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보상 확대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여론 반발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정부 역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최대 매출액의 20% 과징금까지 부과할 수 있다는 강경 기조를 내비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사태는 단순 보상 수준 논란을 넘어 규제 및 책임 공방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6개 상임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이번 보상안 외에 추가 보상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보상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추가 보상 가능성을 차단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전날 개인정보 유출 보상책으로 쿠팡 전 상품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여행 서비스 쿠팡트래블 2만원 등 총 5만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 제공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이용률이 낮은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이 배정돼 있고 고가의 상품을 이용을 전제로 혜택을 쓰도록 설계된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현금성 보상이 아닌 쿠폰 중심 구조라는 한계까지 겹치며 총액은 크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보상은 매우 낮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23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은 타사 이동 시 위약금 면제와 통신요금 감면 조치를 실시했고 2021년 토스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에도 피해 고객 전원에게 10만원의 현금 보상이 제공됐다.
이 때문에 보상안이 사실상 자사 서비스 판촉 성격에 가깝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상이 아니라 구제를 빙자한 비인기 서비스 홍보에 가깝다"며 "한국 국민과 국회를 우습게 안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보상 재원이 사내 유보금이 아니라 향후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충당되는 구조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현금 부담 없는 비용 최소화 전략", "피해자를 다시 매출 창출 통로로 활용한다"고 꼬집었다. -
정부도 규제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중대한 위법 행위에 대해 과징금 상한을 기존 관련 매출액의 6%에서 최대 20%까지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관리 의무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고액 과징금 부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쿠팡의 개인정보 관리·보호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 도용 여부와 피해 회복 조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영업정지 등 제재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 현장의 야간 노동 실태 및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 점검에 나섰으며 관세청도 해외직구 과정에서 활용되는 개인통관고유부호 관리 실태와 쿠팡 미국 본사와 한국법인 간 외환 거래 내역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 역시 고강도 세무조사 기조를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의 보상안이 소비자 체감과 괴리가 있는 한편 정부 역시 과도한 압박보다는 균형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쿠팡 보상안이 바람직한 보상 구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쿠팡에서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는 영역에 5000원만 배정된 것은 문제가 있고 알럭스와 트래블은 이용률이 낮은 서비스라 피해 보상이라기보다 판촉이나 마케팅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기업을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방식은 정부가 할 방식으로 보이지 않고 선진국답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