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출범 … 5년간 AI·바이오 등 첨단산업에 150조 투입공동위원장은 박현주 미래에셋회장·서정진 셀트리온회장미래에셋·셀트리온, 이미 공동으로 바이오 펀드 최소 2000억원 운영150조 공적자금, 미래에셋-셀트리온 사적 펀드에 투자될 가능성이해충돌 우려에 금융당국 "내부 우려 제기있지만 '연계'할 수도"
  • ▲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에서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왼쪽 네번째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각사
    ▲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에서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왼쪽 네번째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각사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5년간 150조 원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를 야심 차게 출범시켰다. AI,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었으나, 시작부터 거버넌스(지배구조) 리스크에 직면했다. 

    펀드 운영의 방향타를 쥔 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위촉되면서, 이들이 기존에 공동 운영 중인 사모펀드와의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50 조원 공적자금이 박 회장과 서 회장의 사모펀드에 유입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이해충돌 방지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으며, 오히려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미래에셋·셀트리온 공동펀드 2000억원 한배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과 서 회장은 국민성장펀드 출범 이전부터 긴밀한 투자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양사는 이미 수천억 원 규모의 펀드를 공동으로 결성해 운용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결성된 ‘미래에셋 셀트리온 신성장 투자조합 1호’(약 1500억 원)와 2021년 조성된 ‘미래에셋 셀트리온 바이오 생태계 육성 펀드’(약 500억 원)다. 확인된 규모만 최소 2000억 원에 달한다.

    문제는 1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국민성장펀드의 투자가 이들 사적 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과 중복되거나, 후속 투자의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장이 공동위원장으로서 펀드의 큰 그림을 그리는 상황에서, 국민성장펀드의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이들이 기투자한 기업의 가치 부양(Value-up)이나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돕는 데 쓰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자문 역할이라 할지라도 민간기업 회장직과 (국민성장펀드) 공동위원을 겸임하는 것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산은 “전략위는 자문 기구일 뿐” … 이해충돌 방지책은 ‘모르쇠’

    이해충돌 우려에 대해 KDB산업은행 측은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뉴데일리는 산업은행 담당자에게 "두 회장이 운영하는 펀드에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투자돼도 되는지, 이해충돌 문제가 논의를 거쳤거나 해결이 됐는지" 등을 문의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해당 담당자는 “(두 회장이 속해있는) 전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제언과 자문을 하는 기구일 뿐, 실제 의사결정이나 투자를 집행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투자는 별도의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를 거쳐 결정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존 미래에셋-셀트리온 공동 펀드가 투자한 기업에 국민성장펀드가 투자해도 되는지 ▲투자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를 거치면 미래에셋-셀트리온 공동펀드가 투자한 기업에 국민성장 펀드가 투자해도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그쪽(미래에셋·셀트리온) 펀드 사정은 잘 모른다”며 “의도를 갖고 물어보시는 것 같은데, 실무자로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내부 통제 장치가 명확히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금융당국 일각선 ‘연계’ 거론 … 심화되는 겸직 논란

    더욱이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미래에셋-셀트리온 관련) 이해충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면서도 “오히려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존 펀드와 국민성장펀드를 ‘연계’하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공적 자금의 공정성 훼손 논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대목이다.

    박현주, 서정진 두 회장이 현직 그룹 회장직을 유지한 채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겸직’ 상태인 점도 논란의 불씨다. 두 회장이 국민성장펀드를 사적 이익을 위해 활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민간의 전문성을 수혈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이해관계가 뚜렷한 현직 총수들이 국가 펀드의 전략을 좌우하는 자리에 앉는 것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부적절하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국민성장펀드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출범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심판이 경기를 뛴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150조 원의 혈세가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과 무관하게 공정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투명한 이해충돌 방지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