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노동자 아님 입증해야노동계 환영 속 경영계 반발… 기업 부담·법적 혼란 우려미국·스페인 사례처럼 산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 제기도
  • ▲ 배달라이더 ⓒ연합뉴스
    ▲ 배달라이더 ⓒ연합뉴스
    정부가 현행 근로기준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 보호 패키지 법안을 추진한다. 

    핵심은 민사 분쟁에서 노동자성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노동자추정제' 도입과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모든 노무 제공자를 보호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용자가 특고나 프리랜서와의 분쟁에서 이들이 '노동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만큼 노동시장의 경직성 심화, 신규 일자리 위축, 인건비 상승 등 부작용이 심화할거란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0일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등 약 862만명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동자추정제는 민사상 분쟁에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제도다.

    이전까지는 계약서 등을 통해 노동자성이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으면 노동청이나 법원은 사업자의 손을 들어 줬는데 사용자 측이 오히려 반증하도록 분쟁 구조를 뒤집는 내용이 골자다.

    분쟁 범위에는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을 바탕으로 개별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도 포함된다.

    이 경우 특고·플랫폼종사자, 택배기사, 프리랜서 등의 노동자성 인정이 수월해져 최저임금, 4대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등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물론 입증 책임 전환은 민사 분쟁에 한정된다. 또 퇴직금 분쟁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았다고 나머지 분쟁에서도 노동자로 간주되는 건 아니다. 분쟁마다 별도 판단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노동자추정제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제정도 병행한다. 이 법은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모든 사람을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기본법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공정한 계약과 적정 보수를 받을 권리, 사회보장적 권리 등 8가지 기본권을 명시했다. 사업주는 균등 처우, 성희롱·괴롭힘 금지, 사회보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국가는 이를 지원하도록 규정한다.

    체불이나 계약 해지 등 경제적 분쟁은 노동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하며, 결과는 민법상 화해 효력을 갖는다. 성희롱·괴롭힘 피해 지원을 위해 노동부 산하에 '일하는 사람 권리지원재단' 설립도 추진된다.

    노동계는 사각지대 해소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분쟁 이후에만 적용되는 우회로"라며 제도 보완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근로자성 판단이 노동관계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노총은 "법적 절차를 제기해야만 근로자로 인정받는 구조는 기본권 보장에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는 입증 책임 전환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고 반발했다. 특히 중소기업·소상공인은 법무 조직이 없어 분쟁 자체가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일부에서는 "노동자추정제가 사실상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적 선례가 부족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미국의 'ABC 테스트'는 예외 업종이 많아 정착하지 못했고, 스페인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일부 배달 플랫폼 기업이 철수한 사례가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역시 "한국 입법과 유사한 수준의 선례는 찾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이번 입법은 김주영·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추진된다. 노동부는 전문가 토론회와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거쳐 5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노동자 보호와 기업 부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