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등 속 부담↑…부과 사례 없지만 사업성·자금 조달 발목공급 확대 기조와 온도차…재초환 부활시 사업기간 약 1~2년 지연 조합원 1인당 분담금 최대 3억 증가 사례도…현장 '불확실성 리스크'
  • ▲ 아파트 재건축 현장ⓒ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현장ⓒ뉴데일리DB
    서울 아파트 재건축 현장 상당수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둘러싼 부담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와 달리 현장에서는 재초환이 여전히 사업 추진의 핵심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정비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약 70%가 재초환 적용 가능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일부를 부담금 형태로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 1인당 이익이 8000만원을 초과하면 최대 50%까지 국가가 환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해당 제도는 2006년 처음 도입된 뒤 여러 차례 시행이 유예됐으며, 2019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거치며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이후 집값 상승 흐름을 반영해 2024년 3월 법 개정을 통해 부담금 면제 기준이 기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다만 현재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단지에 대해 부담금 산정을 예고한 사례는 있었지만, 준공 이후 실제로 확정 부담금을 납부한 사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실제 부담금이 부과되지 않더라도 제도 존치 자체가 사업성 평가와 금융 조달 과정에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가용 토지가 제한적인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사실상 주택 공급 핵심 수단이라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전체 주택 착공 실적은 3만2000가구로 전년 대비 23.2% 늘었으며, 이 중 아파트 착공은 2만7000가구로 24.3% 증가했다. 특히 착공된 아파트 가운데 1만4000가구(50.9%)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으로, 신규 주택 공급의 절반 이상을 정비사업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 실적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해 서울의 전체 주택 준공 물량은 5만5000가구로 전년 대비 39.7% 늘었고, 이 가운데 아파트가 5만가구를 차지했다. 이 중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된 물량은 3만7000가구로, 비정비사업(1만3000가구)을 크게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치를 두고 "서울 주택 공급 구조상 정비사업이 흔들리면 공급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비사업을 둘러싼 비용 구조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정비사업장의 평균 공사비는 30% 이상 상승했다. 일부 사업장은 3.3㎡당 공사비가 700만~800만원을 넘긴 사례도 나타났다. 이는 다수 사업장이 사업계획을 수립하던 시점보다 수백만 원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금융비용 부담도 크게 늘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금융비용은 전체 사업비의 10~15% 수준까지 확대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이 1억~3억원 이상 증가한 사례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재초환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초환 부활 이후 서울 재건축 사업의 평균 사업 기간은 1~2년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금 불확실성으로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도 착공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한 재건축 사업장은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착공을 준비 중이지만, 조합 내부에서는 재초환을 둘러싼 우려가 여전하다. 조합원 A씨는 "이미 공사비와 금융비용만으로도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재초환까지 더해지면 조합원 부담이 어디까지 늘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조합 관계자는 "재초환은 단순히 금액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며 "부담금이 사업 막바지까지 확정되지 않다 보니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안과 갈등이 커지고 동의율 관리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재초환 폐지·완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야 모두 도심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강남권 특혜 논란 등을 의식해 논의가 번복되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제도 개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사비 급등과 금융비용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초환이 유지될 경우 정비사업 지연이 도심 주택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초환을 즉각 폐지하거나 최소 부담금 기준 상향, 적용 구간 축소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