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IZA "보유세 인상, 3년 뒤 임대료로 100% 전가"작년 獨정부 세제 개혁 실패…조세저항·위헌소송 직면은퇴 고령자 주거이동·다운사이징 불가피…소비도 위축
  • ▲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정부가 보유세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서울 주택시장에 또 한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초고가 주택은 '선진국 수도 수준'에 상응하는 부담과 규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추후 부동산 대책에 고강도 보유세 인상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선진국보다 국내 보유세 수준이 현저히 낮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정작 주요 국가에선 조세 전가, 임대료 상승 등 역효과를 경고하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독일 등 해외 연구기관들이 꼽은 보유세 등 세제 인상 부작용은 크게 △조세 전가에 따른 임대료 상승 △고령층·은퇴자 주거 불안 △세 부담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이다.

    독일 노동경제연구소(IZA)는 2021년 발표한 '보유세 부과에 따른 복지 효과(Welfare Effects of Property Taxation)' 논문에서 재산세 등 보유세를 올릴 경우 약 3년 뒤 해당 인상분이 100% 임대료로 전가된다고 경고했다.

    임대인들이 인상된 세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고 그로 인해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에서 IZA는 5200여개 지방자치단체 보유세 사례를 분석한 결과 세금 인상에 따른 경제 부담이 장기적으로 세입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보유세 인상은 소득 상위 계층보다 하위 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높이는 '역진성'을 띤다고도 했다.

    독일은 연방정부의 기본세율과 지자체가 결정하는 곱셈계수를 곱해 보유세를 산출한다. 베를린 같은 대도시는 해당 계수가 높아 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학계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는 지난해 1월 보유세 과세 기준 시점을 1964년에서 2022년으로 변경하는 세제 개혁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주요 도시 주택 보유세가 1.5~2배 뛰면서 위헌소송이 잇따르고 납부를 거부하는 이들이 급증한 것이다. 독일 최대 주택소유자협회는 해당 개혁을 '실패'로 규정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소속 경제학자인 사라 베이커가 발표한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보유세(Property Tax PassThrough to Renters)' 논문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해당 연구에서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지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임대인에게 부과된 보유세가 1달러 인상될 때마다 세입자 임대료는 0.50~0.89달러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 ⓒ연합뉴스
    ▲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 ⓒ연합뉴스
    보유세 인상이 고령층 주거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미국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연구결과를 보면 보유세 인상은 집값을 떨어뜨려 신규 매수자의 진입장벽을 낮춰줄 수 있지만 반대로 1주택 고령자의 순자산 감소를 야기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연구진은 집 한채가 전 재산인 은퇴자 경우 세 부담이 늘어나는 동시에 집값까지 하락하면 주택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과 주거 이동이 불가피해진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연간 보유세가 100달러 인상될 때마다 고령층이 2년내 이사할 확률이 0.73%포인트(p) 상승한다는 연구도 있다. 자산은 많지만 현금은 부족한 고령층에게 보유세 인상은 주거지 이동을 결정하게 하는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유세 인상으로 가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시카고대와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발표한 '부유층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삶(The Wealthy Hand-to-Mouth)' 논문에 따르면 고가주택 보유자는 보유세 등 현금 지출이 늘어날 경우 주택을 바로 팔기보다는 식료품과 생활서비스 비용을 줄여 세금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초고가 1주택과 비거주 1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안을 포함한 부동산 후속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오전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똘똘한 한 채 문제도 있고 비거주 1주택을 포함해 강력한 정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오는 18일부터 열람이 시작되는 공동주택 공시지가에 지난해 집값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 공시가격이 올해 43억2039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9.8%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보유세는 2150만원에서 2787만원으로 약 32%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84.59㎡도 올해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38.3% 오른 18억2000만원으로 책정된다고 가정했을 때 보유세는 전년 대비 117만원 오른 416만원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징벌적 보유세만으로는 집값을 장기간 안정시키는 것은 무리"라며 "2~3년내 거주할 수 있는 단기 주택공급안과 임대차시장 안정화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