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상회 전망 … 비용·소비 동반 압박스마트폰 36%·OLED 1위 중동 … 갤럭시 S26 변수네옴시티·데이터센터 지연시 AI·HVAC 사업 영향도
  • ▲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인근 호르무즈 해협ⓒ뉴시스
    ▲ 아랍에미리트(UAE) 라스알카이마 인근 호르무즈 해협ⓒ뉴시스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 급등 우려가 커졌고, 향후 물류비·환율·에너지 비용 상승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근무하던 직원들을 UAE 두바이와 이집트, 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이동 조치했다. UAE·카타르·이라크 지역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은 정상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이란에 파견돼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 1명은 지난주 출국했으며 이스라엘 지점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과 가족들도 인근 국가로 대피를 완료했다. 

    중동 지역 국가에 근무 중인 직원들에게는 중동·아프리카 지역대표 명의로 안전 유의 공지가 내려졌고, 필요 시 재택근무 전환과 중동 지역 출장 금지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LG전자 중동 지역 법인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물류 대체 경로를 검토하고 있으며 주요 거래선과 함께 현지 수요 위축 가능성도 점검하고 있다.

    현지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됐다. 통과하려는 자가 있다면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날 미국 해운 국기를 단 유조선 1척이 바레인 항구에 정박해 있던 중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작업자 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중동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에 단순 판매 시장을 넘어 전략적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서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을 운영 중이며 사우디 리야드에는 중동·북아프리카 총괄 법인을 두고 현지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동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6%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OLED TV 매출 비중 역시 선두권을 기록하고 있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스마트폰·TV·가전 수요는 북미·유럽 시장 둔화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다만 최근 갤럭시 S26 시리즈 공개 직후 정세가 급변하면서 초기 판매 흐름에 변수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고가 제품 중심의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으며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마케팅비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수익성에도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단순 판매량 감소보다 제품 믹스 악화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가능성이 더 큰 리스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동 등 신시장 개척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 온 LG전자 역시 예의주시에 나섰다. LG전자는 인도·사우디·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매출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 아래 현지 생산·서비스 역량을 강화해왔다.

    LG전자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냉난방공조(HVAC),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발전·전력 인프라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사업 구조를 B2C 중심에서 B2B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중동 및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 10여건의 HVAC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 또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특히 사우디가 추진 중인 초대형 미래 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는 양사 모두에게 전략적 의미가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네옴시티는 스마트 인프라, 친환경 에너지, 초연결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국가 주도 프로젝트로 중동 내 AI 인프라 확충의 상징적 사업으로도 꼽힌다. 삼성전자는 통신·반도체·스마트시티 기술 협력 측면에서, LG전자는 초대형 HVAC 및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공급 측면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네옴시티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면 AI 서버용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수요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AI 인프라 확충 속도가 둔화될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 수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환율 상승과 소비 위축, 대형 프로젝트 지연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실적에 복합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사태 전개 속도에 따라 투자 집행과 지역 전략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