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팹 투입 엔지니어 확보 본격 착수TSMC 2나노·첨단 패키징 인재 대거 흡수대만 이어 韓 인재 유출 비상 … 인건비 리스크
  •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뉴데일리DB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뉴데일리DB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초대형 AI 반도체 기지 테라팹(Terafab)이 글로벌 반도체 인력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대만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출신 엔지니어까지 직접 겨냥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인재 유출 경고등이 켜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채용 공고를 통해 테라팹 프로젝트에 투입할 반도체 엔지니어 확보에 본격 착수했다. 

    공개된 채용 포지션만 9개에 달하며 모두 5년 이상의 첨단 공정 경험을 요구한다. 일부 직무는 2나노미터 공정과 CoWoS·SoIC 등 첨단 패키징 기술 전문성을 명시해 사실상 최상위급 공정 인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인력은 엣지 추론 프로세서, 궤도 위성용 방사선 내성 칩,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다양한 칩 제품 생산에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단순한 생산 경쟁이 아닌 인력 유출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가 인재 영입에 나서면서 대만에서는 이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가 화학기계적연마(CMP), 전기 도금, 박막 공정, 건식·습식 식각, 리소그래피, 수율 및 계측, 공정 통합 등 웨이퍼 제조 핵심 전 공정을 망라한 시니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영입을 추진하며 TSMC 핵심 공정 인력을 대거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가 막대한 보상과 프로젝트 비전을 앞세워 핵심 인력을 흡수할 경우 국내 기업은 인건비 상승 압박과 함께 기술 유출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이미 TSMC에 이어 삼성전자 엔지니어에도 직접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SNS를 통해 "한국에 있다면 테슬라에 합류하라"는 채용 메시지를 던지며 인재 영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인력 유출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성과급, 임금 협상 등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며 인력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노조 추산에 따르면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 유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직 등을 이유로 퇴사,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이 100명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테슬라가 구상하는 테라팹은 기존 반도체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수직 통합형 공장이다. 로직과 메모리, 패키징, 테스트, 포토마스크 생산까지 단일 시설에 통합해 칩 생산 속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머스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 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데이터센터, 우주 사업까지 아우르는 AI 칩 공급망을 내재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생산 규모는 월 100만장 웨이퍼를 목표로 제시됐다. 이는 일반적인 첨단 팹 대비 수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으로 현실화 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산업으로 신규 팹 구축에는 통상 2~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 일부에서는 테라팹 구축에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테슬라가 AI 칩을 자체 생산하더라도 HBM 등 메모리까지 완전히 내재화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생산 현실성과 별개로 글로벌 인재 이동을 촉발하고 기존 공급망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글로벌 장비 업체들과 접촉하며 생산 기반을 동시에 모색하는 움직임은 단순한 투자 차원을 넘어 산업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동안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고객사였던 테슬라가 직접 생산자로 전환될 경우 기존 고객이 경쟁자로 바뀌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의 제조 자립이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렵지만 인재 쏠림은 이미 시작됐다"며 "설계와 공정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기술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