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위기에 휘발유 1800원 돌파 … 29년 만 '최고가격제' 만지작李 "담합은 범죄" 강력 경고 속 인위적 가격 통제 우려에 현장 불안
-
- ▲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국내 기름값이 단기 급등하는 가운데, 정부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발동한 적 없는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을 시사하며 정유업계 압박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거시경제 불안의 책임을 업계에 전가하고 있다며 과거 횡재세 논란의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3년 7개월 만에 1800원대 돌파 … 李 대통령 "돈이 마귀라도 심해" 압박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리터(L)당 63.0원 급등한 1840.5원을 기록했다. 약 3년 7개월 만에 1800원 선을 돌파한 수치다. 경유 역시 하루 만에 111.0원 뛴 1839.8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은 휘발유와 경유 모두 1900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지만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시차 없이 가격이 치솟고 있다.기름값이 연일 폭등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돈이 마귀라도 심하다"라며 위기 상황을 악용한 폭리 취득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경제부총리는 5일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긴급회의에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제23조에 명시된 '최고가격 지정제'를 포함한 행정조치를 예고했다.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는 석유사업법상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 지정을 신속히 검토하기로 하는 한편,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를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아울러 산업부는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자 5일 오후 3시를 기해 석유·가스 부문에 사상 처음으로 관심 단계의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발령했다.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시장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
- ▲ 6일 오전 올라온 이재명 대통령 X 게시글.ⓒX 갈무리
29년 만의 인위적 가격 통제 시사 … 현장은 패닉정부가 언급한 최고가격 지정제는 1997년 고시가격제 폐지 및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실제 발동된 적 없는 제도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름값 상한선을 통제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자 시장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일선 주유소 현장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된다. 한 주유소에서는 "이러다 1900원대 가격표를 내건 우리 주유소 사진이 대통령 SNS에라도 올라올까 두렵다"며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실제로 이 대통령은 6일 오전 자신의 SNS(X 구 트위터)에 "담합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 범죄"라며 "그 대가가 얼마나 큰 지 곧 알게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부당한 이익 취득 행위를 대통령이 직접 범죄로 규정하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와 환율을 반영한 것 외에 폭리를 취한 바는 없다"며 "유가 안정에 적극 협조하는 중에 있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
- ▲ ⓒSK이노베이션
글로벌 메이저와 수익 구조 달라, 핀셋 제재에 억울한 정유업계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직접 발굴하고 시추해 대규모 수익을 내는 해외 메이저 석유 기업과 달리 100%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마진을 남기는 다운스트림 구조다.더욱이 현재 국내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악화로 영업이익이 60~70% 이상 급감하는 등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까지 겹친 이중고 속에서 날아든 가격 통제 직격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류다.정부 압박 탓에 목소리를 내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과거 횡재세 논란 때처럼 거시 경제 불안의 책임을 유독 정유사에만 묻는 핀셋 규제가 아니냐는 억울함이 존재한다.글로벌 경기와 국제 유가 흐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산업 현실을 외면한 채 시장 경제 원리를 거스르는 극약 처방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최고가격 지정제가 발동될 경우 시장 경제 훼손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