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중동발 원료 대란석화업계 "비축유 한계 … 이번 달이 마지노선"정유사 중동·아시아 원유 20∼30달러 웃돈 거래 부담
  • ▲ 사진은 11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공격당한 모습.ⓒ뉴시스
    ▲ 사진은 11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공격당한 모습.ⓒ뉴시스
    끝없이 치솟는 국제유가에 국내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원유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 수급 차질 우려에 고객사에 불가항력(포스마주르)까지 통지하는 위기에 처했다. 원유 현물시장에서는 배럴당 20~30달러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며 기업들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석화기업들의 충격이 산업으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거래 지표인 싱가포르 원유 현물시장에서는 전쟁 이전보다 배럴당 20~30달러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역내 유가 지표인 두바이유가 전쟁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추가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유럽·아프리카산 원유 역시 중국이 서아프리카산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브렌트유 가격보다 배럴당 약 15달러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이 형성되며 일시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기도 했지만 유가는 여전히 치솟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여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유 조달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는 데다 해상 운임과 보험료, 금융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정유사의 실질 도입 단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 차질 우려에 따라 프리미엄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산 원유가 대체 공급원으로 거론되지만 단기간에 중동 물량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 변동성이 브렌트유나 두바이유보다 크고 운송 거리와 물류 부담도 커 적극적인 구매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하더라도 현물시장에서 바로 낮은 가격에 원유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확보 가능한 물량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프리미엄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 ▲ LG화학 청주 NCC 공장 전경.ⓒLG화학
    ▲ LG화학 청주 NCC 공장 전경.ⓒLG화학
    원료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면서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최근 고객사에 원료 수급 차질 가능성을 알리며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은 복수의 제품군에서, LG화학은 가소제 제품인 디옥틸 테레프탈레이트(DOTP) 공급과 관련해 원료 확보 어려움을 고객사에 전달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때 적용되는 조치로, 선언할 경우 계약 불이행에 따른 배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앞서 여천NCC도 고객사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 및 조정 가능성을 통보하며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가 높은 구조여서 이번 사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기초 원료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나프타와 수입 나프타를 사용한다. 수입 물량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물류 차질로 원료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번 달까지가 석유화학 기업들의 비축유가 사실상 마지막이 될 것이며, 시기만 다를 뿐 중동산 나프타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석화사들 모두 공장 가동 중단도 불가피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