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고 100일치 절반 수출용 … 50일치 불과비축유 2246배럴 푼다지만 … '언발에 오줌누기'車5부제론 한계 … 석유제품 소비 추가 규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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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충북 청주의 한 알뜰주유소에서 관계자가 가격표시판 숫자를 조정하고 있다ⓒ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20일 넘게 이어지면서 국내 원유 탱크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정부가 다급히 위기 경보를 격상하고 비축유 방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남은 재고를 모두 긁어모아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달이 채 되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대로면 당장 다음 달 하순쯤이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지 못하는 '주유 대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오후 3시를 기해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기존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 사태 발생 이후 브렌트유 기준 유가가 40% 내외로 급등하고 수송 경로의 불안정성이 극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공조를 통해 우리나라에 할당된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하지만 방출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한국의 하루 평균 원유 소비량은 약 200만 배럴로 추산된다. 정부가 예고한 물량을 전량 시장에 푼다고 계산하더라도, 불과 열흘 남짓 지탱하는 데 그친다.국내 석유 비축 물량은 정부 1억 배럴(100일치)와 민간 1억 배럴 (100일치)을 합쳐 약 2억 배럴, 7개월치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간 정유사 재고에는 수출 물량이 포함돼 실제 내수 공급분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월 28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약 20일이 경과하면서 민간 재고는 이미 한 달치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정유업계 관계자는 “민간 비축량은 원유와 LPG,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항공유 등 7종을 포함해 100일치지만, 수출을 제외하면 내수 공급 재고는 50일 수준”이라며 “수출 물량은 고객사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수 전환이 힘들다”고 말했다.여기에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나프타) 비중이 전체의 약 25%를 차지해 실제 활용 가능한 물량은 더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비축 재고에 나프타는 포함돼 있지 않아, 재고 원유에서 25% 가량 나프타로 소진하면 현재 체감 재고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간신히 빠져나온 한국행 일부 유조선들이 이달 첫째 주부터 순차적으로 입항하고 있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한 척당 약 200만 배럴을 실어 하루치 소비량을 연장하는 수준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앞으로 필요한 물량을 어떻게 공급받을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
- ▲ 드론 공격을 받아 연기가 피어오르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 출처=AFPⓒ연합뉴스
대체 공급선 확보도 어려워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95% 이상은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중동산이다. 정유업계는 위기 타개를 위해 북미나 남미산 등 대체 원유 조달을 검토하고 있으나, 국내 정유 설비 대부분이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성분 차이에 따른 탈황 공정 최적화 및 설비 테스트에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므로, 당장 수입선을 전면 전환할 수는 없다.경제 제재가 완화된 이란산이나 러시아산 원유를 도입하는 방안 역시 거론되지만, 실무적으로 계약 체결부터 실제 물량 도입까지 최소 2~3개월이 소요된다. 4월에 닥칠 수급 공백을 즉각적으로 막아낼 현실적 카드가 부재한 실정이다.정부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를 통해 긴급 공급키로 한 원유 1800만 배럴도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런 게 업계 중론이다.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없다면 다음달부터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경유 등 공급이 사실상 임계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는 당장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운행 제한 방안을 검토하며 에너지 절약 대책 세우기에 나섰다. 민간 차량까지 포함한 전국 단위 부제가 시행될 경우, 이는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에 내려지는 강력한 조치다. 만약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더 강한 규제까지 꺼내들 공산이 있다.아시아 각국도 이미 비상 체제에 돌입해 방글라데시는 연료 배급제를, 파키스탄은 주 4일 근무제를 전격 도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