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AI 변동성 막을 장기계약, SK는 100조 현금 논리로 맞서LG는 가전 넘어 로봇·AIDC 냉각·스마트팩토리 전환 청사진 제시2026년 주총장, 주주환원 잔치 아닌 다음 성장구조 검증 무대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 주주총회는 겉으로만 보면 배당과 자사주, 정관 변경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주주들이 끝내 확인하려 한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삼성전자 주총장에서는 “그래서 내년 실적은 괜찮으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SK하이닉스 주총장에서는 “47조원을 벌고도 왜 더 쌓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LG전자 주총에서는 상징적 자사주 소각보다 로봇과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냉각, 스마트팩토리 같은 미래 사업이 더 큰 화두가 됐다. 표면은 주주환원이었지만, 본질은 다음 사이클을 어떻게 버틸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은 겉으로 보면 주주환원 무대에 가까웠다. 회사는 2025년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 배당과 1조3000억원의 추가 배당을 예고했고, 약16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까지 더해 시장 기대를 키웠다. 지난해와 달리 주가가 크게 반등한 만큼 주총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그러나 주주들의 관심은 곧바로 반도체로 옮겨갔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초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AI 거품론이 현실화해도 버틸 공급 구조를 갖췄는지, 적자를 이어온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언제 숫자로 반전시킬 수 있는지가 핵심 질문이었다. 주주환원은 출발점일 뿐 시장은 이미 다음 분기와 다음 사이클을 묻고 있었다.

    삼성 경영진이 내놓은 해법은 낙관보다 방어에 가까웠다. 주요 고객과 3~5년짜리 다년 공급계약을 추진해 수요 변동을 조기에 공유하고 공급 부족과 과잉투자 충격을 함께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AI 수요 확대를 전제로 하되, 변동성이 커질 때 먼저 감지하고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파운드리 역시 테슬라 협력을 반등의 실마리로 제시했지만 시장이 진짜 보려는 것은 수주 자체보다 수율과 가동률, 고객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였다. 삼성 주총이 던진 메시지는 결국 “AI가 계속 간다”보다 “AI가 흔들려도 버틸 구조를 만들겠다”에 더 가까웠다.

    SK하이닉스 주총의 공기는 삼성과 정반대였다. 사상 최대 실적과 HBM 시장 60%대 점유율, HBM4 양산 체계 구축이라는 자신감에도 주주들의 표정은 더 날카로웠다. 주주들은 “영업이익을 이렇게 잘 내고도 왜 100조원을 더 모아야 하느냐”고 직격했고 실적에 비해 주주환원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예탁증서 상장 추진과 자사주 활용 방식까지 겹치며 주총장 안팎의 긴장감도 높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내놓은 논리는 분명했다. 지금은 투자와 현금 확보, 주주환원을 동시에 맞춰야 하는 과도기라는 것이다. 현재 순현금은 약12조원 수준에 그치고, AI 시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장기적으로 100조원 이상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 전반에서 AI 수요가 확대될 것이고, 선단 공정 전환과 생산 인프라 확대, 글로벌 연구거점 구축까지 감안하면 지금은 돌려주기보다 쌓아야 할 시기라는 메시지였다. SK하이닉스 주총의 핵심은 결국 “얼마를 더 배당할 것이냐”가 아니라 “호황기에 번 돈을 어디까지 쥐고 갈 것이냐”였다.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LG전자 주총은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줬다. 전자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주주권 행사 구조를 손보는 한편, 로봇과 액추에이터, AIDC(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스마트팩토리, AI홈을 미래 성장축으로 전면에 세웠다. 류재철 LG전자 CEO가 직접 기존 가전과 TV 사업의 수익성을 지키면서도 B2B와 플랫폼, 미래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설명한 점도 상징적이었다.

    LG가 특히 강조한 것은 더 이상 전통적인 생활가전 회사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로봇은 2026년 개화 원년으로 규정됐고 액추에이터는 글로벌 로봇 제조사에 공급하는 B2B 부품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은 실적에 가장 빨리 연결될 수 있는 분야로 부각됐고, 스마트팩토리는 내부 제조 경쟁력을 외부 판매형 고수익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미 홈로봇과 액추에이터, AIDC 냉각 솔루션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시장이 LG전자를 더 이상 단순 가전회사로만 보지 않는다는 신호다.

    삼성·SK·LG 세 회사의 주총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뚜렷하다. 주주환원은 더 이상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이 됐다. 삼성은 27조원대 환원책을 내놔도 주주들이 다음 실적과 HBM4를 물었고,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실적에도 왜 지금 더 돌려주지 않느냐는 요구를 피하지 못했다. LG전자는 상징적 자사주 소각보다 미래사업 설명이 주총의 중심이 됐다. 시장은 이제 얼마를 돌려주느냐보다, 그 돈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이냐를 더 집요하게 묻기 시작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장기계약과 원스톱 반도체 구조로 AI 사이클 변동성을 방어하겠다고 했고, SK하이닉스는 HBM 리더십과 대규모 현금 축적으로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겠다고 했다”며 “LG전자는 가전 수익성을 지키면서도 로봇과 냉각, 스마트팩토리, AI홈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 회사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지금의 실적보다 다음 성장 구조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이라며 “올해 주총은 배당 규모보다 그 이후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에 가까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