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뒤흔든 헌법 제76조 '긴급명령' 초강수 검토에 발칵33년 만의 '경제 계엄령' 소환 … 국힘 "초법적 발상" 강력 비판부작용 우려에 전문가들도 "자정 작용 마비·자원 왜곡 초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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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검토' 파장과 관련한 이미지. ⓒ제미나이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전쟁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헌법 제76조에 명시된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33년 만에 초법적 비상 체제의 기로에 섰다.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도 발동되지 않았던 이른바 '경제 계엄령'이 검토되자 야권과 시장에서는 정부가 가격 통제와 물자 배분에 직접 개입해 시장 메커니즘을 통째로 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헌법 절차 무시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93년 금융실명제 이후 처음 … 야권에선 강력 반발이재명 대통령은 31일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폭등과 공급망 붕괴를 언급하며 "필요할 경우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공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2분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5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자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가 안위에 직결되는 위기 상황에서 국회의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법률의 효력을 갖는 처분을 내리는 권한이다.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발동할 수 있다.1987년 민주화 이후 실제 발동된 사례는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가 유일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과 대선 후보 시절에도 재난지원금 지급과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해 이 권한을 언급해왔으나, 이번에는 '에너지 안보'라는 국가 생존 차원에서 다시 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금이 위기 상황인 것은 맞지만, 국회 소집을 기다릴 여유조차 없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집권 여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국회를 건너뛰고 경제 계엄령을 시사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내고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쓰지 않은 최후의 수단을 섣불리 거론하는 것은 대안 부재를 자인하는 꼴"이라며 상시 국회 체제에서 국회 승인 절차를 무시한 채 비상 카드를 먼저 꺼낸 것을 '정치적 쇼'라고 규정했다. -
- ▲ 중동전쟁 관련 대응현황 청취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 가격 통제·물자 배분 … 시장 경제 근간 흔들릴수도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시장 메커니즘의 훼손'이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이 발동될 경우 정부는 석유뿐만 아니라 필수 생필품에 대한 강제적인 가격 상한제를 실시하고, 특정 물자를 전시 물자처럼 배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 의욕을 꺾고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마비시켜 심각한 자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이미 정부는 요소수, 헬륨, 알루미늄 등을 '전시 물자' 수준으로 관리하기 시작했으며 매점매석 금지 조치 등 고강도 규제를 검토 중이다. 여기에 긴급명령까지 더해질 경우 실물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정부 내부에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에너지 대외 의존도를 고려할 때, 현재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보다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 차량 5부제나 2부제(홀짝제) 시행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다만 정부의 강력한 시장 통제 조치가 우리 경제와 사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이 러-우 전쟁 등 최근 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은 맞는 거 같다"면서도 "행정부의 예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한 게 입법부의 기능인데, 현 상황이 이런 기본 원리를 막을 정도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시장은 누군가의 계획에 따라 조직되거나 운영되는 게 절대 아닐뿐 아니라, 시장 개입이 만병통치약처럼 꺼내쓸 수 있는 카드도 아니다"라며 "과거에도 시장의 작동 원리를 역행할 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한 사례가 적잖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