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외환보유액 4236.6억달러, 한 달 새 39.7억달러 감소10년 지켜온 9~10위권 붕괴 … 금융위기 이후 첫 이탈환율 1520원 육박·달러 강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규모보다 문제는 순위" … 외환 체력 '상대적 후퇴' 현실화
  • 환율 방어에 나선 대가가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40억달러 가까이 줄어든 데 이어 글로벌 순위도 12위로 밀려났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시장 개입이 이어지면서 '외환 체력'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외환보유액은 4236억 6000만달러로 전월(4276억 2000만달러)보다 39억 7000만달러 감소했다. 기타통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 과정이 함께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등 유동성 확보 조치도 병행됐다.

    구성 항목을 보면 유가증권이 3776억 9000만달러로 전체의 89.2%를 차지했고, 예치금은 210억 5000만달러(5.0%), SDR 155억 7000만달러(3.7%), 금 47억 9000만달러(1.1%) 수준이다. 특히 즉각적인 시장 대응에 활용되는 예치금이 한 달 사이 14억달러 넘게 줄어든 점은 개입 부담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규모 자체보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순위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12위로 내려앉으며 2010년대 이후 유지해온 7~10위권에서 이탈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이후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사례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약 260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 초반까지 급감하며 11~13위권까지 떨어졌고, 이후 빠르게 확충되며 안정적인 순위를 회복해왔다.

    최근까지는 4200억~43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9위권까지 올라서는 등 개선 흐름도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환율 상승과 시장 개입 부담이 겹치면서 다시 순위가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절대 규모는 큰 변화가 없지만, 주요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가운데 한국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며 상대적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환율 상승 흐름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19.7원까지 올라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고, 장중 152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 달러 강세가 겹치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이 같은 국면에서는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를 통해 시장 안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실제 외환보유액 감소 역시 환율 급등을 완화하기 위한 개입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증시 변동성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방어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절대 규모보다 흐름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가운데 한국은 정체 또는 감소 흐름을 보이면서 상대적 순위가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방어 과정에서 외환이 빠져나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왑 등 우회 수단이 동원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대응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는 아직 안정권이지만 순위가 12위로 밀린 것은 시장 신뢰와 직결되는 신호"라며 "환율 변동성이 이어질 경우 외환보유액 관리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