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NTE 보고서서 '비시장 관행' 명시염전노예·강제노동 이슈 거론하며 통상 압박GPU 입찰 배제 등에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국내 테크 산업계 무역법 301조 조사 가능성에 '촉각'
  • ▲ 2026 무역장벽보고서(NTE) ⓒ뉴시스
    ▲ 2026 무역장벽보고서(NTE) ⓒ뉴시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26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한국의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강제노동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명시되면서 향후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한 추가 관세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USTR은 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2025년 한국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을 한국 내 주요 노동 환경 변화로 기록했다. 보고서는 이 법이 노동자의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면서도 이를 '비시장 정책 및 관행' 범주에 포함시켰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 미국 기업들은 그간 이 법의 사용자 범위 확대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 경영 활동에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며 우려를 표해왔다. USTR이 이를 공식 보고서에 적시한 것은 향후 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거나 사업을 영위할 때 발생하는 노사 갈등을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간주해 대응할 수 있는 명분을 쌓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한국의 강제노동 이슈다. USTR은 전남 지역의 이른바 '염전노예'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이 강제 또는 의무 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도를 갖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미 미국 세관당국(CBP)은 지난해 한국 태평염전의 천일염 제품에 대해 강제노동 의혹을 근거로 '인도 보류명령(WRO)'을 내린 바 있다. USTR은 "이런 물품이 한국 시장에 유입되어 경쟁하는 것은 인건비를 인위적으로 억제해 한국산 제품에 불공정한 이점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USTR이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노동시장이 조사 범위에 본격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고서는 노동 문제라는 새로운 쟁점 외에도 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직면한 이른바 '디지털 장벽'을 조목조목 짚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가장 먼저 지목된 것은 AI 및 클라우드 분야의 폐쇄성이다. USTR은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클라우드 자원 조달 입찰을 새로운 비관세 장벽 사례로 올렸다. 당시 입찰이 국내 사업자 위주로 진행되면서 미국 기업의 참여가 사실상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국의 국가망 보안 프레임워크(N2SF)가 요구하는 물리적 망 분리 기준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에 차별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망 사용료와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도 다시 불거졌다. 보고서는 넷플릭스 등 외국 콘텐츠 제공업체(CP)에게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망 사용료 지불을 강제하려는 법안을 정조준했다. USTR은 "이러한 입법 움직임은 한국 내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 전반에 해를 끼치는 반경쟁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위치 기반 데이터에 대해서는 더욱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리 정부가 미국 측 압박을 수용해 지난 2월, 19년 만에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고서의 톤은 낮아지지 않았다. 

    USTR은 "한국은 위치 정보 데이터의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세계 유일의 주요 시장"이라고 명시하며, 이러한 규제가 글로벌 내비게이션 및 인터랙티브 서비스 업체들에 지속적인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국이 디지털 경제 전반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한 것은 향후 무역법 301조 조사 등을 통해 한국의 IT 정책 전반에 개입하거나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돼 국내 테크 산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NTE 보고서는 매년 미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되는 통상 지침서다. 올해 보고서에는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약속과 미국산 동물사료 수입 허용 등 긍정적인 대목도 포함됐으나 쌀 국가별 쿼터(CSQ) 경매 중단과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등 고질적인 농축산물 이슈도 빠짐없이 재등장했다.

    미국이 쌀과 소고기를 다시 문제 삼은 것은 지난해 관세 협상에서 제외된 이들 품목을 언제든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리려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정부의 향후 대응에도 주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