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매물 27% 급감…노원 등 외곽 지역 '품귀' 심화'올파포' 전세 2000건→100건대…실거주 선회에 매물 급감서울 준공 물량 25% 하락…구조적 공급난에 정책 효과 상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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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정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정부가 내놓는 정책 '약발'도 좀처럼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임대차 매물 확대를 목표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규제 완화를 꺼내들었지만 공급난은 되려 심화하고 있다. 수분양자 자금 부담을 덜어 전세 매물을 유도하려던 정책 의도가 시장의 완고한 수급 불균형에 부딪혀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주택종합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35%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도 1~2월 내내 100을 웃돌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태가 이어졌다. 실거주 의무 유예로 일부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전세 활용 길은 열렸지만, 서울 전세시장 전체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는 2024년 개정 주택법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의 거주의무를 '최초 입주가능일부터 3년 이내 개시'로 완화한 조치다. 법 개정 당시 기준 실거주 의무 적용 대상은 전국 77개 단지, 4만9766가구였고 이 가운데 이미 입주가 시작된 곳은 11개 단지, 6544가구였다.

    당초 수분양자가 입주 시점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전세를 활용해 잔금을 치를 수 있게 하면서 시장에 전세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서울 전세시장은 여전히 매물 가뭄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달 27일 기준 1만6788건으로 올해 1월1일 2만3060건과 비교하면 27.2% 감소했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65.8%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금천구 64.1% △중랑구 60.9% △구로구 60.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역시 2월 9152건으로 2019년 4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표 분양가상한제 단지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실거주 의무 유예 직후 전세 매물이 2000건 넘게 쏟아졌지만 이후 실거주 선택이 늘면서 지난해 하반기엔 100~200개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 의무 유예가 초기엔 전세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효과가 약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 입주 가능한 새 아파트 물량은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 준공 물량은 1703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25.4% 감소했고, 1~2월 누계도 552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줄었다. 

    유예 조치가 전세 공급을 한 차례 풀어주는 효과는 있었더라도, 입주 가능한 주택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시장 전체의 공급 부족을 상쇄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공급 부족은 서울 주요 단지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일대에선 신규 전세 물량이 극히 제한적인 상태가 이어졌고, 일부 단지는 새로 나온 매물도 2~3건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월 길음뉴타운 8단지 전용 59㎡는 직전 거래보다 1억3000만원 오른 7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고, 지난달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84㎡도 10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전세값 강세가 확인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한데 막상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많지 않아 괜찮은 매물은 나오자마자 빠지는 분위기"라며 "실거주 의무 유예로 한때 물건이 풀릴 거란 기대도 있었지만 현장 체감은 여전히 공급 부족 쪽에 가깝다"고 말했다.

    대단지 신축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2년 준공된 성북구 롯데캐슬클라시아는 2029가구 규모 대단지임에도 시장에선 전세 물건이 많지 않은 단지로 꼽힌다. 성북구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길음센터피스와 롯데캐슬클라시아 등 주요 단지가 4000가구가 넘는 규모임에도 전세 물건은 수십 건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단지라고 해서 전세 물건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고, 집주인들이 반전세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며 "전세 물건이 적다 보니 가격도 쉽게 내려가지 않고 수요자들은 선택지가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울 외곽에선 전세난 체감도가 더 높다. 아실과 네이버부동산 집계에 따르면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1981가구)과 강북구 번동 주공4단지(900가구)는 전세·월세 매물이 모두 0건이었고, 강북구 SK북한산시티(3830가구)도 전세 매물이 4건에 그쳤다. 

    노원구 월계그랑빌(3003가구) 역시 전세 매물이 2건 수준에 불과했다. 실거주 의무 유예 적용 여부와 별개로 서울 외곽 대단지에서도 임대 물건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업계에선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전세 물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효과는 있었지만, 서울처럼 수요가 많은 시장에선 공급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긴 어려웠다고 내다봤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계약 증가와 실거주 규제 영향이 맞물리면서 시장에 풀리는 전세 물건 자체가 줄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 유예가 전세 공급을 잠시 보완하는 역할은 했지만, 서울처럼 수요가 많은 시장에선 공급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정책 효과도 약해지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