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휴전 합의했지만 2주 내 협상 진전 따른 불확실성↑호르무즈 해협 개방되더라도 운송 시차로 단기 인플레 압력에너지 고점 장기화·성장 둔화 맞물리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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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사태가 발발한 이후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해 경기 하방 압력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30원까지 돌파했다. 이란 사태 장기화로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순수입국인 한국은 물가 상승과 경상수지 악화라는 이중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4.3원 내린 달러당 1479.9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외환시장 개장 전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휴전 합의를 도출하면서 환율은 지난달 25일 이후 약 2주만에 1500원 밑에서 개장했다.다만 최근 환율은 미국과 이란의 발언 등 정치적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고환율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달러당 원화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주요 64개국 실질실효환율 지수(2020년=100 기준)는 86.72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말(85.48) 이후 가장 낮다.이 지수는 수치가 낮을수록 통화 가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64개국 중 일본(69.03) 다음으로 낮아 63위를 차지했다. 중국(90.23)보다도 저평가됐다.국회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원화 약세 흐름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6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재정건전성 우려가 불거지며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5조2000억원의 순유동성 공급은 인플레이션과 원화 약세 압력을 자극할 수 있으며, 국채 상환에 따른 미세한 금리 하락이 자본 유출을 촉진할 수 있는 역설적 위험을 안고 있다"며 "현재 가동 중인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외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를 압도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외환당국이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지난달 외환보유액도 39만7000만 달러 감소했다. 미국 상호 관세가 발표됐던 지난해 4월(-49억9000만 달러)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한 것이다.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 2월 말 기준 4276억 달러로 세계 12위 수준으로 집계됐다. 1월 10위에서 한 달 사이 두 계단이나 미끄러졌다. 2000년 이후 외환보유액 순위가 전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외환보유액 규모 1위는 중국(3조4278억 달러)이었고 이어 ▲일본(1조4107억 달러) ▲스위스(1조1135억 달러) ▲러시아(8093억 달러) ▲인도(7285억 달러) ▲독일(6633억 달러) ▲대만(6055억 달러) ▲이탈리아(5012억 달러) ▲프랑스(495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763억 달러) ▲홍콩(4393억 달러) ▲한국(4276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블룸버그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5분(한국시각)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보다 12.49% 급락한 배럴당 98.84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조건부로 유예하겠다고 밝힌 직후 낙하했다.미국과 이란 간 2주간 휴전 합의로 국제유가는 급락했지만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어 당분간 고유가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란사태 발발 전 배럴당 약 70달러였던 국제유가는 3주 넘게 100달러를 상회하며 50% 이상 급등한 바 있다.그간 에너지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강도에 따라 요동쳤고, 이번 조치는 완전한 정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미국과 이란 양측은 오는 10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시작해 2주간 진행한 전망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주 내 협상이 결렬되면 호르무즈 해협이 재봉쇄될 수 있어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일시적 되돌림으로 보고 있다.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이날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해협이 재개통되더라도 중동산 원유 흐름의 완전한 회복에는 수개월이 걸리며, 분쟁 이전 수준을 웃도는 가격이 전체 예측 기간에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미국과 이란 간 조건부 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도 2주간 조건부로 열기로 했다. 협상 진전에 따라 전면 자유 통항 복원보다는 조건·단계적 재개방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이해관계자들의 발언에 따라 시장의 일희일비가 지속되고 종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으나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즉각 개방된다 하더라도 국내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25일이 소요된다"며 "이러한 물리적 운송 시차를 고려할 때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실물 공급의 정상화 전까지는 단기적인 인플레 압력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더욱이 문제는 고환율과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이다.모건스탠리는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점차 소진돼 물가로 재전이 되는 '2차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게 된다"며 "동시에 성장 둔화와 맞물리면서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전문가들도 고환율·고유가 장기화가 물가와 성장에 복합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본다.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유가가 상승하면서 생기는 인플레이션은 경기침체를 동반한다"며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오르는 상황에서는 한쪽 문제를 해결하려 할수록 다른 쪽이 악화돼 긴축이나 확장 정책 모두 선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에도 이러한 복합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우려스럽다"며 "반복적인 추경을 통한 확장재정은 근본적 체질개선이 아닌 진통제에 불과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