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재생에너지 전환 속 발전 5사 체제 재편 본격화'메가 공기업' vs 재생에너지공사 신설' 의견 엇갈려1만3000명 고용·공공성 쟁점 … 공공재생에너지법 변수
  • ▲ 발전 공기업 체제 개편과 관련한 AI 이미지. ⓒ챗 GPT
    ▲ 발전 공기업 체제 개편과 관련한 AI 이미지. ⓒ챗 GPT
    정부가 2040년 탈석탄을 앞두고 발전 공기업 체제 개편에 본격 착수하면서 5개 발전사가 운명의 갈림길에 섰다. '통합'이냐 '분리'냐를 놓고 정부와 노동계, 산업계의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다음 달 공개될 연구용역 중간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9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 등 이른바 '발전 5사'의 기능 재편과 역할 재정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 토론회를 통해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구조 개편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가 발전 공기업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전력 시장 환경 변화가 있다. 과거 전력 시장 자유화를 전제로 5개사 체제를 구축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경쟁 체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중복 투자와 비효율이 누적됐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2040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60기를 전면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 정책 목표가 더해지면서 기존 체제의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34기가와트(GW) 수준인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00GW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5개사를 1~2개로 통합해 '메가 공기업'으로 재편하는 방안과 함께, 재생에너지 전환을 전담하는 별도의 '재생에너지공사'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노동계는 석탄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정책에는 공감하면서도 재생에너지공사 신설에 대해선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발전 5사 노조는 1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별도 공사를 신설할 경우 기존 발전사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이나 인원 감축, 근무지 이동 등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노동계는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공기업의 역할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민간 참여 비중이 높고, 특히 해상풍력은 해외 개발사의 진입이 활발해 공공 부문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발전 공기업이 대규모 투자와 기술 전환을 주도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 ▲ 지난해 11월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와 실종자 구조를 위해 4·6호기의 발파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 ⓒ뉴시스
    ▲ 지난해 11월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와 실종자 구조를 위해 4·6호기의 발파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 ⓒ뉴시스
    고용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현재 발전 5사 임직원은 약 1만 3000명 수준으로, 석탄화력 폐지 과정에서 상당한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는 화력발전에 비해 운영 인력이 적게 필요하기 때문에 구조조정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 측은 "정의로운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며 급격한 조직 개편이 불러올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주문하면서 정부와 노조 간 상설 협의체 구성, 직무 전환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제용순 발전노조 위원장과 구순모 남부발전노조 위원장은 "석탄화력 폐쇄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려면 '공공재생에너지법'과 '한국발전공사법'에 대한 신속한 논의와 함께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하위직의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나 석탄발전 폐지 등에 따른 불가피한 인력 재배치는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며 "발전 공기업 기능 재편과 역할에 대해선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 논의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한국 에너지 산업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확대,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등 중장기 목표를 고려할 때 발전 공기업의 역할 재정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분석이다. 

    수도권대학의 에너지 관련 학과 한 교수는 "현재의 분산된 5사 체제로는 분산 에너지법 시행과 급격한 계통 변화에 대응하기에 자본력과 기술 집중도가 떨어진다"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 해외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늦어도 5월에는 토론회를 열어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이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