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물가 압력·금융불안 속 “신중하고 유연한 정책” 강조원화 국제화·CBDC·외환시장 개방 … 통화 인프라 개편 추진비은행·글로벌 연계 리스크 확대, 금융안정 역할 재정립구조개혁·AI 시대 대응까지 … 중앙은행 역할 확장 선언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일성으로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정책의 '유연한 대응'을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과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가 겹친 상황에서 기존 정책 틀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21일 취임사에서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하방 압력이 동시에 커지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며 "신중하면서도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경제 환경을 지정학적 갈등과 인공지능(AI) 기술 혁명이 맞물린 구조적 전환기로 규정했다. 통상 갈등 심화와 중동 지역 긴장, 에너지 가격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AI 확산이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까지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총재는 "국내적으로는 인구구조 변화, 가계부채, 부동산 시장 등 구조적 리스크가 겹치며 정책 환경이 더욱 복잡해졌다"며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수단 재점검과 정부와의 공조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을 확대해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기존 접근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분석 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 금융시장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 가격 지표를 활용한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과 부외거래까지 관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원화 국제화와 디지털 금융 대응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신 총재는 "외환시장 24시간 운영과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통화 인프라를 강화하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등 미래 통화제도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역설했다.

    신 총재는 구조개혁과 통화정책의 연계성도 강조했다. 인구 구조 변화와 양극화 등 구조적 요인이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앙은행이 관련 연구와 정책 제언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는 부문 간 경계를 허물고 디지털 기술 활용을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등 글로벌 정책 논의에 적극 참여해 한국은행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총재는 "지금은 불확실성과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시기"라며 "한국은행이 신뢰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책과 조직 모두에서 유연한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