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등 기간산업 공공기관장 공석에 위기 대응 적기 놓쳐신규 투자·구조조정 올스톱에 '민생 경제' 회복도 공염불6월 지방선거 직후 곳곳서 '측근 챙기기' '낙하산' 관측 "리더십 공백 방치는 직무유기, 전문성 가진 인사 해야"
  • ▲ 대규모 공공기관장 공백 사태와 그로 인한 국정 운영 컨트롤타워의 흔들림, 그리고 낙하산 인사 우려라는 무거운 주제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AI 이미지. ⓒ제미나이
    ▲ 대규모 공공기관장 공백 사태와 그로 인한 국정 운영 컨트롤타워의 흔들림, 그리고 낙하산 인사 우려라는 무거운 주제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AI 이미지. ⓒ제미나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고물가·고환율 등 복합 위기가 겹친 가운데, 국내 공공기관 4곳 중 1곳이 기관장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물류·주택 등 민생과 직결된 핵심 기관들마저 장기간 리더십 공백을 겪으면서 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종합하면 올해 지정된 342개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가운데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36곳으로 전체의 10.5%를 차지했다. 여기에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전임 기관장이 직무를 이어가는 기관이 32곳, 상반기 내 임기 만료가 예정된 기관이 17곳에 달해 총 85곳(24.8%)이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공백이 발생한 기관 상당수가 국가 기간산업과 직결된 핵심 공기업이라는 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은 물론, 한국가스공사와 한전KPS 등 에너지 공기업까지 포함되면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LH는 기관장 공석 속에 '대대행 체제'라는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며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투자와 구조조정 등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조직 기강 해이까지 겹치는 '삼중고'가 나타나고 있다. 통상 공공기관은 기관장 주도로 중장기 전략과 투자 방향이 결정되는데,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현상 유지 이상의 결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 투자나 사업 구조 개편은 기관장 결단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중요한 의사결정이 줄줄이 미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가스 수급 불안이 커지고, 글로벌 물류망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에너지·물류 공기업의 리더십 공백은 국가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위기 대응은 속도가 핵심인데, 의사결정 지연이 곧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인선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통폐합과 구조 개혁 기조가 맞물리면서 인선이 지연되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 일정과 연계된 '인사 대기' 상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낙선자나 선거 공신을 중심으로 한 '보은 인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전문성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2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화연대 등 '이재명 정부 문화예술 인사정책을 규탄하는 문화예술계 일동' 관계자들이 문화예술계 인사조치 규탄 및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2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화연대 등 '이재명 정부 문화예술 인사정책을 규탄하는 문화예술계 일동' 관계자들이 문화예술계 인사조치 규탄 및 즉각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정부 인선 과정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인사들과 대선 과정에서 공개 지지를 선언했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정부 산하 위원회나 공공기관 요직에 잇따라 기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성식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차지훈 주유엔대사, 조원철 법제처장, 이태형 대통령실 민정비서관, 전치영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장형 대통령실 법무비서관 등이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형사 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또 이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서승만(개그맨) 국립정동극장 대표, 장동직(배우) 국립정동극장 이사장, 황교익(칼럼니스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의 인선을 두고도 전문성 부족 논란이 일면서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샀다. 

    관가와 정치권에서는 이런 '보은 인사'가 지방선거 이후 공공기관장 인사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성과 경영 역량보다 정치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한 '논공행상' 인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선거 이후 공공기관장 자리가 낙선자나 측근 인사들의 '보은 자리'로 활용되며 기관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현재와 같은 비상 경제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을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공공기관 인선 지연 문제는 단순한 인사 공백을 넘어 국가 경제 운영 전반의 효율성과 직결된 문제"라며 "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전문성과 책임성을 최우선으로 한 인선에 속도를 내지 않을 경우 민생 경제 회복 역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