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가격보다 물량 확보 중시 … 메모리 협상력 공급사로 이동3년치 HBM 요청 물량이 캐파 넘어 … 장기계약도 전부 수용 어려워현물가 약세는 일시적 채널 물량 … 회사 "장기 호황 흐름 지속"
-
- ▲ ⓒ뉴데일리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분명했다. 메모리 시장의 기준점이 가격에서 물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AI(인공지능) 인프라 확산 이후 고객들이 메모리 가격 자체보다 안정적인 공급과 물량 확보를 더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향후 3년 동안 고객들이 요청한 HBM(고대역폭메모리) 물량이 자사 공급능력을 넘어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메모리가 더 이상 단기 시황에 흔들리는 범용 부품이 아니라 AI 산업 전체의 병목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 같은 변화는 장기공급계약 기조에서도 확인된다. 회사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의 중장기 물량 확보 요청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공급 제약 탓에 모든 고객의 장기공급계약 요청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공급 불확실성이 곧 사업 리스크가 됐고, 회사 입장에서는 수요 가시성이 투자 효율과 수익 안정성을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과거처럼 가격 급등락만으로 시장을 해석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HBM 3년치 초과수요 … 가격보다 공급 안정성이 우선회사는 최근 현물 메모리 가격 흐름을 두고도 시장 일각의 피크아웃 우려와 거리를 뒀다. 현물시장은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현재의 완만한 가격 흐름 역시 급격한 가격 상승 뒤 일부 유통채널 물량이 시장에 나온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수급 부족이 이어지는 만큼 메모리 가격 상승 사이클도 과거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결국 현재 시장의 본질은 가격 조정보다 공급 제약에 있다는 게 회사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HBM뿐 아니라 일반 D램 역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제한된 캐파 안에서 HBM과 일반 D램 간 최적 배분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에만 몰아가는 단순 전략보다 AI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있는 공급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LPU 부상에도 결론은 고성능 메모리 확대차세대 AI 연산 구조를 둘러싼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회사는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내놨다. 최근 SRAM 기반 LPU(언어처리장치)가 일부 영역에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를 HBM 수요를 대체할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는 LPU가 빠른 응답이 필요한 단순 연산에는 강점을 가질 수 있지만, 복잡하고 방대한 연산은 여전히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고성능 메모리 기반 구조가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앞으로는 LPU와 GPU가 역할을 나눠 맡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도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이는 메모리 효율화 기술에 대한 회사 해석과도 맞닿아 있다. 시장에서는 압축 기술이나 메모리 최적화가 전체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회사는 오히려 이런 기술이 AI 서비스 경제성을 높여 시장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더 긴 문맥 처리, 더 많은 동시 추론, 더 다양한 AI 서비스가 확산할수록 결국 필요한 메모리 총량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 ◇321단 QLC 전환·투자 확대 … 공급능력 전쟁 본격화회사는 수요 대응을 위해 올해 투자도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M15X 램프업과 용인 클러스터 중심의 인프라 준비, EUV(극자외선) 등 핵심 장비 확보를 위해 2026년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지금의 수요 강세를 단기 호황으로 보지 않고, 중장기 구조 변화로 보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회사는 당분간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공급이 완전히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낸드 부문에서도 공격적인 전환 계획을 내놨다. 올해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321단 QLC 기반으로 2단계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생산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이미 CTF 기반 321단 QLC 기술을 적용한 cSSD ‘PQC21’ 공급을 개시했고, eSSD 중심의 제품 믹스를 더 강화해 AI 데이터센터와 AI PC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했다.◇브롬·헬륨 리스크 제한적 … ADR·주주환원도 병행공급망 불안에 대한 대응도 함께 내놨다. 회사는 브롬과 헬륨 등 주요 원자재에 대해 이미 공급처 다변화를 마쳤고, 장단기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텅스텐은 가격 상승 요인이 있지만 재고와 수급을 확보해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정학 변수에도 생산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재무 전략에서는 투자 확대와 주주환원을 함께 가져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확보와 주주환원 확대를 병행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추가 주주환원 실행 방안을 연내 마련해 시장과 소통하겠다"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ADR(주식예탁증서) 상장 역시 미국 증권당국 심사 절차에 맞춰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