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로봇 확산에 차량당 DRAM 300GB 시대 전망AI 추론으로 이동 … HBM 용량 한계로 비용·지연 동시 증가SK하이닉스, HBF 표준화 … 삼성과 차세대 메모리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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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청주 M15X 팹 전경ⓒ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플래시(HBF)를 앞세워 차세대 메모리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자율주행차와 AI 서비스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속도에서 용량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보완할 새로운 구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샌디스크와 함께 HBF 글로벌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산하 협력체를 통해 인터페이스와 구조를 정립하고, 시제품과 AI 추론용 솔루션을 단계적으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HBM과 낸드 양산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강점을 기반으로 기술 뿐 아니라 생태계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이 같은 움직임은 수요 변화와 맞물려 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자율주행차가 향후 메모리 수요를 견인할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자이 메로트라 CEO는 레벨4 자율주행 확산 시 차량당 DRAM 탑재량이 약 16GB에서 최대 300GB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봇 역시 고성능 자율주행차와 유사한 컴퓨팅 구조를 요구하면서 약 300GB DRAM과 대규모 SSD 스토리지를 동시에 필요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실제 자율주행 고도화는 차량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레벨4 단계에서는 복잡한 교차로 주행과 추월 등 대부분 상황을 차량이 자체 판단으로 처리한다. 차량 한대가 센서 데이터 처리와 의사결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동형 데이터센터로 바뀌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대용량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공급 측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텍사스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테라팹' 구축 계획을 밝히며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용 칩을 직접 생산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필요한 반도체를 외부에서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자율주행과 AI 확산이 반도체 전반의 구조적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문제는 현재의 메모리 구조가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이 모델 학습에서 실제 서비스 단계인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단순 연산 속도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효율적으로 다루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HBM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GPU와 결합해 AI 성능을 끌어올린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D램을 수직 적층해 데이터 통로를 확장하면서 메모리 병목을 완화했고, 대규모언어모델 성능 향상을 뒷받침했다.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HBM은 휘발성 메모리 기반 구조로 용량 확장에 제약이 있다. 실제 대형 AI 모델 추론에는 수 테라바이트 단위 메모리가 필요하지만 최신 HBM이 GPU에 제공하는 용량은 수백GB 수준에 머문다. 이로 인해 여러 GPU를 묶어 사용하는 구조가 불가피해지고, 비용 증가와 지연 시간 확대를 동시에 야기한다.개인화 AI 확산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용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해야 하지만 HBM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특성상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대용량·지속성·속도를 동시에 만족하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 필요해진 것이다.이 지점에서 HBF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적층한 HBF는 HBM 대비 8~10배 수준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고, SSD보다 빠른 데이터 접근 속도를 제공한다. 전력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해 AI 추론 환경에 적합한 구조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도 향후 AI 시스템이 HBM·HBF·SSD로 이어지는 계층형 메모리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연산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저장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방향으로 산업 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글로벌 빅테크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HBM만으로는 메모리 병목 해소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GPU와 스토리지를 고속 인터페이스로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구조를 공개했다. AMD와 구글 등도 차세대 가속기에 HBF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SK하이닉스는 이러한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한 업체로 평가된다. 표준화 컨소시엄을 통해 시장 규격을 선점하고, 2027년 전후 양산을 목표로 로드맵을 구체화했다. 단순 제품 경쟁을 넘어 산업 표준을 주도해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추격에 나섰다. 2020년대 초부터 HBF 연구를 이어왔으며, 최근 관련 특허를 잇따라 확보하며 기술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낸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시장 진입 시 판도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다만 기술적 난도가 높다는 점은 변수다. 3D 낸드를 다시 적층해야 하는 구조적 복잡성으로 인해 수율 확보가 쉽지 않고, 낸드 특유의 느린 입출력 속도를 보완할 컨트롤러 설계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데이터 접근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불러오는 방식 등 새로운 아키텍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결국 관건은 시간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AI 서비스가 동시에 확산되며 '300GB 메모리' 시대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메모리를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갈릴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HBF로 다음 판을 먼저 설계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글로벌 빅테크까지 가세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구조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결국 표준을 선점한 업체가 생태계 주도권까지 가져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