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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과 계약을 마쳤음에도 입주 단계에서 발이 묶이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기존 주택 처분이 지연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 마련에 차질이 생기면서 계약 이후 마지막 단계에서 자금 압박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특히 대출 규제 강화와 고금리 기조에 따른 매수 심리 위축이 거래 절벽으로 이어지며 자금 선순환이 끊긴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 주택이 매각돼야 새 아파트 잔금을 치르는 '주거 사다리' 구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입주 지정 기간이 지났음에도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연체 이자를 부담하거나 입주 자체를 미루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60.6%로 전월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권역별로는 서울 91.0%, 인천·경기권 77.3%로 수도권은 80%대 안팎을 기록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강원권이 40.0%로 가장 낮았으며 광주·전라권(53.1%), 충청권(57.5%), 대구·부산·경상권(58.1%) 등이 뒤를 이었다.
미입주 원인으로는 '기존 주택 매각 지연'과 '잔금대출 미확보'가 각각 32.1%로 가장 높았고, 세입자 미확보(17.0%), 분양권 매도 지연(3.8%) 순으로 나타났다.기존 집을 팔아 잔금을 치르려던 계획이 거래 부진으로 어긋나고 전세 보증금으로 자금을 충당하려던 수요자들까지 세입자 구인난에 직면하며 입주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 금천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40대 이 모 씨는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기존 주택을 매도해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매수 문의가 급감하며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
이 씨는 가격을 낮춰 매물을 다시 내놓았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입주 시점에 맞춘 이사가 불투명해졌다. 이 씨는 "기존 집이 제때 팔려야 새 집 잔금을 맞출 수 있는데 생각보다 거래가 너무 더디다"며 "입주를 미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인천 연수구에 거주하는 30대 최 모 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최 씨는 경기 지역 신축 아파트 입주를 위해 기존 주택 처분을 시도했으나 매수세 위축으로 자금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호가를 낮췄음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최 씨는 입주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 씨는 "집이 팔리지 않으면 잔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며 "거래가 정체된 상황에서 당분간 이중 주거 부담을 감수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지방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주 동구의 5월 입주 예정 단지(815가구)에서는 입주를 앞두고 매매·임대 물량이 680가구나 시장에 쏟아졌다.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입주를 미루는 사례가 겹치면서 실입주보다 처분을 우선시하는 움직임이 확산된 것이다. 광주 지역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매수 문의조차 없어 잔금 마련이 막혔다는 호소와 함께 자금 계획 무산으로 입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입주 단계의 자금 차질은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3307가구 대단지를 비롯해 동대문구, 경기 안양시 일대 입주 단지에서는 세입자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던 수분양자들이 전세대출 규제 여파로 세입자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주택 매각 지연에 전세대출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입주 부담은 한층 가중되는 실정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 당시에는 자금 계획이 적정해 보였더라도 입주 시점에는 주택 매각과 잔금 대출, 세입자 확보가 동시에 걸려 있어 자금 조달 과정 중 한 단계라도 차질이 생기면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거래 부진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계약 이후 단계의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