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선박 화재로 선원 불안 증폭HMM, 정부 압박 속 부산 이전 추진업계 전반 부산 이전 부담, 회의적 목소리
  • ▲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 컨테이너 화물선이 정박해 있는 앞으로 소형 보트가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 컨테이너 화물선이 정박해 있는 앞으로 소형 보트가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정박 중이던 HMM 나무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선원들과 선사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HMM이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부산 본사 이전을 추진하면서 다른 해운사들도 부산 이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밖에서는 호르무즈 봉쇄로 어려움을 겪고, 안에서는 정부의 부산 이전 추진 기조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 선사 HMM이 운영하는 나무(NAMU)호 선박에서 폭발·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한국과 외국 국적 선원들의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이란 측 피격 여부 등 정확한 원인 조사가 진행된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HMM 화재와 관련해 “두 달 넘게 긴장을 이어온 선원들은 언제 또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불안을 견디고 있다”며 정부에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고 이후 심리적 충격이 큰 HMM 일부 선원들은 하선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화재 선박을 견인하기 위해 예인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 항구에는 예인선이 있지만 나무호는 대형 선박이라 예인선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나무호를 두바이 항구까지 견인하는 데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HMM은 오는 8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부산 이전을 위한 본점 소재지 변경 안건을 상정하고, 5월 내로 이전 등기 등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HMM 노조는 지난달 30일 본사 부산 이전 노사 공동 합의서 서명식 직전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위원회 조정을 신청하고 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이었다.

    노조가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HMM 본사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월 이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HMM 이전도 곧 합니다”고 했다. 이어 합의 직후 “HMM 부산 이전, 이재명은 했습니다!”라며 공약 실천을 인증했다.

    HMM의 결정 이후 다른 해운사들 역시 속이 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중동발 리스크로 선원과 선박의 안전, 유류비·보험료 부담이 커진 데다 정부의 해운업 부산 이전 압박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정부와 부산시는 해수부와 주요 선사를 부산으로 묶어 해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회의적이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2월 150여 개 회원사에 본사 이전 의향서를 발송했으나, 현재까지 응답한 업체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이전 비용, 인력 재배치, 조직 운영 부담을 크게 느끼고있다. 해운사 관계자는 “본사의 이전이 해운업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중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운사들은 비상사태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위해 정부 지침을 따르지만, 내부적으로는 통행료를 지불해서라도 탈출하고 싶은 절박한 분위기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기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이란과 협의할 공식 채널이 선사들에게 제공되지 않았고, 외교 당국이나 해양수산부의 승인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결국 개별 선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상선원 노조 관계자는 “정부는 재외국민 보호체계를 총동원해 선원의 안전 확보와 신속한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