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비중 36% 돌파…소형 임대주택 주거비 부담 확대월세·관리비·주차비 따로 청구…계약 전 총주거비 파악 어려워월세는 낮춰 보이고 관리비는 늘리고… 세입자에 전가되는 '쪼개기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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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룸·오피스텔 등 소형 임대주택에서 월세만큼이나 관리비가 주요 주거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6%를 넘어서면서 소형 주택 수요는 커졌지만, 관리비는 임대인·관리업체별로 고지와 납부 방식이 달라 세입자가 실제 부담하는 총 주거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세 카드납부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관리비는 여전히 납부·증빙 체계가 제각각인 구조다.

    11일 통계청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은 39.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혼자 사는 가구가 주거시장의 주요 수요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월세와 관리비 부담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원룸 관리업체에 매달 보내는 관리비도 현금영수증 처리가 가능한지 알아봤다. 월세는 계좌이체 내역과 카드 납부 서비스까지 비교적 체계가 잡혀 있었지만 관리비는 임대인이 알려준 계좌로 따로 송금하는 방식이었다. A씨는 "월세보다 관리비가 더 애매하다"며 "무슨 항목인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카드 결제나 증빙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한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B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월세는 카드 자동납부가 가능했지만 관리비는 관리사무소가 지정한 계좌로 따로 납부해야 했다. B씨는 "관리비 고지서에는 일반관리비·청소비·승강기 유지비 등이 적혀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는지는 알기 어려웠다"며 "월세보다 관리비 변동폭이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파트와 원룸·다가구·소형 오피스텔 사이 관리 체계 차이도 크다. 대단지 아파트는 관리사무소나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카드 자동납부와 전자고지 시스템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다. 반면 원룸·다가구는 임대인이나 관리업체가 직접 관리비를 걷는 경우가 적지 않아 계좌이체 방식이 흔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월세와 별도로 관리비·주차비·인터넷비 등을 나눠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 당시 확인한 월세와 실제 매달 빠져나가는 주거비 사이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개업계에서는 일부 임대인이 월세 인상 부담이나 세금 노출을 줄이기 위해 월세 일부를 관리비·시설이용료·청소비 등으로 분리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관리비 쪼개기가 단순한 고지 방식의 차이를 넘어 임대시장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월세가 높아질수록 세입자 월 부담액은 물론 임대인의 소득 신고와 대출 심사 부담까지 커지는 만큼 일부 현장에서는 월세를 낮춰 보이게 하고 관리비·시설이용료·주차비 등 별도 항목을 붙이는 방식도 나타났다. 결국 계약서상 월세는 낮아 보여도 세입자가 매달 내는 실제 주거비는 줄지 않는 구조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제도 정비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9월부터 원룸·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의 월 10만원 이상 정액관리비에 대해 세부내역 표시를 의무화했다. 일반관리비와 전기·수도료·난방비 등 사용료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어기면 단순 미표기는 50만원, 허위·거짓·과장 표기는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국토부가 관리비 세부내역 표시 의무화를 도입한 배경에도 소규모 주택에서 월세 일부를 관리비로 돌리는 이른바 '제2 월세' 문제가 있었다. 기존에는 '관리비 15만원에 청소비·인터넷·수도요금 포함'처럼 뭉뚱그려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10만원 이상 정액관리비의 경우 일반관리비, 전기·수도료·난방비 등 사용료, 기타관리비로 구분해 표시해야 한다.

    다만 제도는 광고 단계의 표시 기준을 정비한 것이어서 계약 이후 실제 부과·납부 방식까지 통일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관리비 정보를 실제로 쥐고 있는 주체가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임대인인 경우가 많아 계약 과정에서 관리비 금액이나 항목 설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월세 카드납부 시장이 빠르게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개인 간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 따른 월세를 월 200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해 운영해 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현대·우리카드의 월세 카드납부 거래금액은 141억8000만원으로 전년 99억5000만원보다 늘었다. 거래 건수도 1만8721건으로 전년보다 46.8% 증가했다.

    하지만 관리비는 여전히 임대인·관리업체별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월세는 카드납부와 플랫폼 서비스가 빠르게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소규모 임대주택 관리비는 고지·납부·증빙 체계가 표준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세입자가 실제 부담하는 총 주거비를 계약 전에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비는 공동주택관리 체계 안에서 부과·고지·납부 방식이 비교적 표준화돼 있지만, 원룸·다가구·소형 오피스텔은 임대인이나 소규모 관리업체가 직접 관리비를 걷는 경우가 많아 항목 구분과 증빙 방식이 일관되지 않다"며 "세금과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임대시장에서 월세 외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돌리는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