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울산 재편 지연, 무임승차 우려고부가 산업전환 추진 동력 약화NCC 가치 재조명에도 "석화 재편 불가피"
  • ▲ 석유화학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여수산업단지 전경.ⓒ전남도청
    ▲ 석유화학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여수산업단지 전경.ⓒ전남도청
    지난해 8월 첫발을 뗀 NCC(나프타분해시설) 감축 중심의 석유화학 산업 재편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수·울산 산단 내 석유화학과 정유사 간 이해관계 조율이 길어지는 데다, 중동 전쟁 여파로 업계 전반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재편 논의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를 해소하기 위해 재편은 예정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정부 주도의 석화 재편 작업은 현재 여수산단의 LG화학·GS칼텍스, 울산산단의 SK지오센트릭·에쓰오일·대한유화 간 최종 협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와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 8월 20일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자율 협약’을 체결하며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중국발 범용제품 공급 과잉으로 약화된 경쟁력을 스페셜티 중심 산업 구조로 전환해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재편 작업은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연간 270만~370만톤 규모의 NCC 감축을 목표로 여수·울산·대산 등 주요 산단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약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기업들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1분기 최종안 제출 시한도 넘긴 상태다.

    SK이노베이션(SK지오센트릭)은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와 중동 정세에 따른 수급 전망 불확실성으로 논의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도 “파트너사(GS칼텍스)와 세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연내 최종안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석화사업재편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사업 재편안을 제출한 기업들 사이에서는 속도 차이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재편에 소극적인 기업들의 무임승차는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다른 기업들의 설비 감축 혜택만 누리려는 무임승차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쓰레기봉투·주사기 공급 차질 우려가 발생하면서 나프타와 NCC의 전략적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업계는 이를 구조적 업황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여전한 만큼 구조조정 필요성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재편안을 제출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올해 하반기 합병 법인을 출범시킨다. 양사는 대산단지 내 NCC와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 운영한다.

    한화케미칼과 DL케미칼이 대주주로 있는 여천NCC와 롯데케미칼도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보유한 총 NCC 4기 가운데 2기를 셧다운한다. 합작법인 지분은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이 각각 3분의 1씩 보유한다. 여수산단에서 도출된 첫번째 최종안이다.

    여수 2호·울산 산단 재편 방향이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구조 개편을 통해 각각 정유 기반 원료 경쟁력 확보와 석유화학 사업 역량 내재화 등을 구상하고 있지만 최종안 조율은 지체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가 오는 6월 기계적 준공을 앞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종안의 내용과 시점은 참여사 협의와 시장 환경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