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역대급 성과급에 들끊는 직장인들"10년 이상 모아야 할 돈 한방에" 허탈감·무기력증 호소 자사 노조에 '삼전 노조 본받아라' 강경투쟁 압박도
  • ▲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뉴스
    ▲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연합뉴스
    "20년 넘게 일했는데, 삼성전자의 과장급보다 못 번다. 내 인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한게 후회된다. 차라리 돈 잘 버는 제조업체 생산직으로 들어가 노조 만들어 성과급으로 한몫 챙기는게 낫다"

    삼성전자 반도체 임직원들이 6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임금협상에 합의하면서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부러움과 질투를 넘어 '허탈감'과 '무기력증'을 느낀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의 추진력을 본받자며 자사 노조위원장을 압박하는 등 강경 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삼성전자·하이닉스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회사 소속을 인증해야만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A씨는 "나와 성적이 비슷했던 지인이 성과급을 받을 생각을 하면 밥을 먹다가도 화가 치민다"며 "비록 의사가 될 정도로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입사할 실력은 됐다. 억대 연봉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었다"고 분노했다. 

    화재해상보험 종사자인 B씨는 "삼성전자 20대 생산직 고졸 직원이 40대 중반까지 번 나의 돈과 비슷할 것 같다"며 "참 재밌는 세상이다"라며 허탈해 했다.

    한 조선업계 종사자는 "우린 K조선이니 뭐니 해도 계약 연봉에 성과급을 다 합쳐도 월 1200만원 정도인데, 반도체는 스케일이 아예 다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을 자사 노조와 비교하는 평가도 나왔다. 현대자동차 종사자는 '강성노조 회사 직원이 본 삼성 파업과 노조위원장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삼성은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조합원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 진정한 장수"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의 한숨을 대변하지 못하고, 마치 소꿉장난하듯 교섭에 참여하는 현대차와 달라 부럽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순이익의 30% 성과급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상급단체에 속하지 않고 조합원 실익 중심 노선을 유지하며 독자적으로 사측과 타결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는 중이다.

    SK실트론 직원 C씨 역시 자사 노조의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삼성전자 사례를 보니, 노조는 아무런 대책 없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가이드라인, 위로금 등 어떤 논의도 없는 현실이 암울하다"고 토로했다.

    응원의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D씨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축하한다"며 "사람값을 제대로 쳐주는 나라에서는 의사가 인기 직종일 이유가 없다. 공대 출신 기술자들을 높이 평가하는 사회임을 증명해준 것이라 매우 환영한다"고 적었다.
  •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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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채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들은 "문과생 4년제 대졸도 생산직 일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현대자동차 노사대응 부서 재직 중인데 삼성전자 관련 부서 경력직 채용이 가능한가"라고 썼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외부에서 우릴 바라보는 시각도 이해하지만 내부적으로도 누구는 6억원, 누군 2억원, 누군 600만원이라서 상대적 박탈감 더 심하다"면서 "성과급은 올라갔지만 우울감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생산직과 연구직간의 갈등도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야 연구직이라는 한 직원은 "열심히 공부해 석박사 취득한뒤 삼성에서 반도체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생산직보다 성과급을 못 받는다"며 "차라리 고졸 생산직이 낫다"고 토로 했다. 

    그는 "이런 식이면 누가 머리아픈 연구부서에서 일하겠느냐, 눈에 보이는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제조라인에서 일해야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며 "이게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막대한 영업이익은 AI발 반도체 가격 급등과 회사의 과감한 자본투자에서 나온 것인데, 주주도 아닌 직원들이 그 수혜를 누리니 직장인들 사이에서 허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전통 제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기피현상이 더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