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9.3조 급증 … 신용대출이 증가세 주도5대 은행 신용대출·마통 한도 줄줄이 축소신용융자 36조 사상 최대·카드론 43조 육박위험 자금은 그대로인데 대환길부터 좁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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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발 가계대출 급증에 금융당국이 총량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그 불똥은 정작 이자 부담을 줄이려던 차주들에게 먼저 튀고 있다. 투기성 대출보다 대환대출 창구가 먼저 좁아지면서 총량관리의 칼날이 차주들의 금리 갈아타기를 겨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우대금리 조정, 비대면 채널 제한 등 신용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비상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권 전반이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환대출과 비대면 채널부터 조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환대출은 기존 대출을 더 낮은 금리 상품으로 옮기는 거래로 금융권 전체 대출 규모를 늘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이 영역부터 손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신용대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가팔랐기 때문이다.실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 3000억원 늘어 지난해 8월(9조 7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5조 3000억원 늘어 코로나19 시기 영끌·빚투 열풍이 불었던 2021년 8월(7조 9000억원) 이후 5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용대출만 3조 4000억원 늘며 전월 감소세에서 급반등했다.증가세는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 108조 1379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 622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1조 2846억원 증가했다. 증시 활황 속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은행권 대출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는 의미다.한국은행도 최근 가계대출 증가의 배경으로 투자 수요 확대를 지목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개인의 대규모 주식 투자와 계절적 자금 수요가 맞물리면서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빚투 수요가 가계대출 급증을 이끌었다는 진단이다.금융당국은 즉각 비상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했다. 관리 목표를 초과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매주 점검회의를 열어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문제는 정책의 의도와 현장에서 나타나는 대응 방식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가장 먼저 좁아진 곳은 대환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창구였기 때문. 총량 관리가 강화될수록 자금의 성격보다 증가 규모가 우선시되는 구조와 무관치 않다.은행 입장에서도 이유는 분명하다. 신규 대출을 직접 제한하면 고객 이탈과 시장점유율 하락 부담이 크다. 반면 대환대출이나 플랫폼 유입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대출 증가 속도를 낮출 수 있다. 총량관리 압박이 강해질수록 위험의 성격보다 숫자 관리가 우선되는 구조다.여기서 총량관리의 함정이 드러난다. 최근 급증한 빚투 자금은 신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증권사 신용융자 등을 통해 유입된다. 실제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최근 36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다. 반면 대환대출은 기존 대출을 더 낮은 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거래일 뿐이다. 위험 자금의 유입 통로보다 차주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통로가 먼저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차주 부담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주력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최근 6%를 넘어섰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7.3%대까지 상승했다. 금리 부담이 커지는 시기에 대환 창구까지 좁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이자 절감 기회 역시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풍선효과 우려도 여전하다. 투자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자금은 증권사 신용융자나 카드론, 제2금융권 등 다른 통로를 찾게 된다. 실제 카드론 잔액은 43조원 안팎까지 불어난 상태다. 총량 규제가 특정 창구를 막더라도 자금 수요 자체를 통제하지 못하면 더 비싼 통로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 빚투라면 신규 신용공급뿐 아니라 증권사 레버리지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며 "총량 수치에만 집중하면 위험 자금은 다른 길을 찾고 대환 수요만 위축되는 부작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