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전 상근부회장 특별인터뷰"영업익 N%는 임금 아닌 경영성과·자본배분 문제""노란봉투법과 결합 땐 하청도 원청 이익 요구 가능""집단배분 아닌 회계기준·성과평가권 체계 세워야"
-
- ▲ 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뉴데일리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가 총파업 위기를 넘겼지만 한국 산업계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남겼다. 기업이 호황기에 낸 이익을 노사협상으로 나눌 수 있다면, 불황기에 기업이 비용을 줄이고 조직을 재편할 권한도 함께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다.김용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24일 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익이 났을 때만 나눠달라고 하고, 회사가 어려울 때 방어 능력은 없는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의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합의를 두고는 “굉장히 위험한 선례”라고 평가했다.이번 합의는 반도체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구조다. 김 전 부회장이 주목한 대목은 성과급 규모가 아니라 위험 분담의 비대칭이다. 이익은 나누자고 하면서 손실과 구조조정 리스크는 기업만 떠안는 구조라면, 기업은 국내 투자와 고용을 줄이거나 부담이 덜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이익은 공유, 손실은 기업 몫? … “위험 분담 빠진 성과급은 지속 불가”김 전 부회장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통상적인 임금협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성과급은 경영 성과의 결과물이지 근로 제공의 직접 대가인 임금과는 구분돼야 한다는 판단이다.그는 “이사회가 주주와 근로자의 기여를 고려해 보상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노조 요구에 밀려 영업이익 배분을 합의하는 방식은 경영이익과 임금의 경계를 섞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영업이익은 다음 투자, 인력 채용, 주주환원, 재무 안정성, 공급망 대응을 위해 쓰이는 자본배분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성과급 재원으로 묶으면 기업은 업황 변동에 대응할 여지를 잃는다.김 전 부회장은 “항상 기업 이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 기업이 이런 요구를 받을 경우 인사·경영·노무 정책 전반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이어 “노조가 이익 배분을 요구한다면 구조조정 위험이 닥쳤을 때 헤쳐나갈 수 있는 틀도 같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성과공유와 이익투쟁의 경계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성과공유 자체는 가능하지만 최종 영업이익을 특정 근로자 집단의 몫으로 사후 배분하는 것은 별개라는 것이다. 그는 “기업 성과는 원료, 부품업체, 협력사, 글로벌 소싱, 공급망 관계가 복잡하게 겹쳐 만들어진다”며 “성과를 측정할 길이 없는데 최종 이익을 사후적으로 나누자는 방식은 현실 경영에서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노란봉투법과 결합 땐 원청 이익까지 요구할 수 있어김 전 부회장이 더 크게 우려한 것은 원·하청 확산 가능성이다. 노란봉투법 이후 원청 사용자성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결합하면, 하청 노조가 원청의 이익 배분까지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원청은 하청업체에 대해 인사권, 노무관리권, 징계권, 경영권이 없다”며 “사업상 계약 관계에 있는 독립된 회사의 노무관계를 원청이 법적으로 책임지라는 것은 관리가 불가능한 문제”라고 했다.지금은 하청 노조가 임금, 안전, 작업환경 등을 중심으로 원청 책임을 주장하지만 삼성전자 사례가 선례가 되면 요구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김 전 부회장은 “삼성 사례를 보면 앞으로 원청의 영업이익을 우리도 나눠 달라는 요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노란봉투법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했다. 사용자성·근로자성 개념을 계속 확대하면 기업의 법인 구조와 경영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전 부회장은 “사용자성이나 원청성을 계속 확대하면 경영의 기본 틀이 흔들린다”며 “그 부담을 안고 기업이 언제까지 국내에 있겠느냐”고 했다.그는 문제의 핵심을 글로벌 경쟁력으로 봤다. “다른 나라 경쟁 기업들도 이익을 그렇게 배분한다면 우리도 감당해야 한다”면서도 “다른 나라는 이익으로 더 좋은 기업을 사거나 새 공장을 짓고 인력을 채용하며 미래를 대비하는데, 우리만 계속 나눠주는 구조라면 경쟁력을 깎아먹는 것”이라고 말했다.◇새 보상체계, ‘얼마 나눌까’보다 ‘어떻게 평가할까’가 먼저김 전 부회장은 새 성과보상 체계의 출발점으로 명확한 회계 기준과 개인별·부서별 성과평가권을 제시했다. 단순히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집단적으로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회계적으로 확정된 숫자를 바탕으로 부서와 개인의 기여도를 평가해 배분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는 과거 GM 본사 방문 경험을 언급하며 “회계법인이 검토한 장부를 바탕으로 영업이익이 확정된 뒤 이를 반영하는 방식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전제는 기업이 개인별·부서별 성과를 평가하고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구간형 성과공유제, 자사주 이연보상, 미래투자 선공제 같은 제도에 대해서는 원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이런 장치들이 의미를 가지려면 노사관계의 유연성, 기업의 경영 방어권, 성과평가권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는 설명이다.그가 던진 질문은 간단하지만 날카롭다. 영업이익을 나눠달라고 요구한다면, 영업손실이 났을 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호황기 이익 배분만 노사협상 대상이 되고, 불황기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은 금기시된다면 기업은 국내에서 장기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김 전 부회장은 “파업부터 시작하고 협상하는 나라는 없다”며 “테이블에 앉아 숫자를 놓고 머리를 맞대는 노사관계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집단지성을 모아 국민 앞에서 무엇이 합리적인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