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쟁의기간 고소·고발 상호 취하로 갈등 봉합개인정보보호법·노조법 위반 의혹은 수사 지속 가능노조 가입 여부는 민감정보, 경찰 수사 향방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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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쟁의 기간 중 제기한 고소·고발을 상호 취하하기로 하면서 노사 갈등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섰다. 다만 임직원 개인정보 무단 조회와 노조 가입 여부 확인 의혹을 둘러싼 경찰 수사는 별도 절차로 이어질 전망이다.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지 않기 때문이다.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건강한 노사관계 회복을 위해 쟁의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고발을 상호 취하하기로 했다. 성과급 갈등과 파업 논란으로 번졌던 법적 충돌을 정리하고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다.그러나 회사가 고소했던 임직원 개인정보 무단 이용 사건은 취하 이후에도 수사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수사와 기소가 제한되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노동조합법 위반 역시 당사자 합의만으로 형사 절차가 끝나는 범죄 유형으로 보기 어렵다.일부에서는 노사 화해 이후에도 수사가 이어지는 데 대해 회사가 노조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다만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의 경우 고소 취하와 별개로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회사가 고소를 취하했더라도 이미 착수된 수사가 곧바로 멈추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삼성전자가 문제 삼은 사건은 크게 2건이다. 하나는 특정 부서 사내 메신저방에서 부서명, 성명, 사번,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이 공유됐다는 의혹이다. 회사는 일부 직원이 노조 가입 사이트의 사번 중복 확인 기능을 이용해 임직원의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미가입자 명단을 작성·유포한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9일 경찰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다른 하나는 사내 시스템을 통한 대량 정보 조회 의혹이다. 회사 측은 한 직원이 약 1시간 동안 2만 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정보보호 시스템에 포착됐고, 이름·소속 부서·인트라넷 ID 등이 수집된 것으로 파악했다. 회사는 매크로 사용 가능성과 제3자 전달 정황 등을 근거로 4월16일 추가 고소에 나섰다.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내 갈등을 넘어선 것은 노조 가입 여부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노동조합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사상·신념 등에 관한 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하고 일반 개인정보보다 엄격한 보호 기준을 적용한다.법조계에서는 당사자 동의 없이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하거나 이를 명단화해 공유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 특히 해당 정보가 쟁의행위 참여 독려, 미가입자 분류, 압박 등에 활용됐다면 노동조합법 위반 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경찰 수사도 이미 진행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5월 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서버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5월 18일 평택사업장에서도 관련 직원의 메신저와 이메일 기록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간에 주요 사업장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만큼 수사기관이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보안업계에서는 1시간 안팎에 2만 회 이상 임직원 정보가 조회됐다면 통상적인 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제 매크로 사용이나 조직적 지시 여부가 확인될 경우 단순 개인 일탈을 넘어 관련자 책임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사가 고소·고발 취하에 합의한 것은 파업 이후 관계 복원을 위한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한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 위반 의혹은 개인 간 분쟁을 넘어 임직원 정보보호와 기본권 문제에 맞닿아 있어 노사 합의만으로 정리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회사 입장에서도 임직원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조회·유통된 정황을 확인한 이상 이를 내부 갈등으로만 넘기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노조 가입 여부처럼 민감한 정보가 포함됐다면 정보보호 관리 책임과 사내 보안 질서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은 노사 간 대립의 연장선이라기보다 개인정보 관리 체계와 법적 책임을 가르는 문제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